"하루 7테이블 받아, 코로나 때보다 힘들어"

2023-10-27 10:53:15 게재

유동인구 최대 63% 감소 … 여기저기 문닫은 상가

'10.29 핼러윈 참사의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해밀톤 호텔 쇼핑몰의 대형 광고판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상업 광고와 번갈아 등장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시선을 올려 쳐다보곤 한다.

일각에서는 이태원이 예년처럼 사람이 붐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25일 오후 시간 거리 모습은 매우 한산했다. 젊은 층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 띄는 무리의 사람들은 취재진이거나 경찰, 소방, 구청 공무원 등이다.

참사 이후 이태원의 유동인구만 봐도 상권 침체가 느껴진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9년 10월 셋째주(20~26일)의 지하철을 이용해 이태원역과 녹사평역을 승하차한 사람들은 모두 39만9001명이었다. 하지만 지난주(15~21일) 지하철 이용객은 26만7527명으로 33.0% 줄었다. 주중·주말 이용객이 모두 줄었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이태원을 찾는 이들은 절반이상 감소했다. 2019년 10월 26일(토요일) 이태원역 이용객은 9만6845명이었는데 지난주 이태원역 이용객은 3만5204명에 불과했다.무려 63.6%나 줄었든 수치다.

참사 이후 이태원을 찾는 이들은 크게 줄었다. 인적이 드문 길에는 '핼러윈 기간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구청 현수막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참사를 겪은 지역주민과 상인들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로변에 규모가 꽤 큰 식당은 점심시간인데도 세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다. 카운터 주변만 전등을 켜놓았고 안쪽은 꺼놨다. 식당을 운영하는 임 모씨는 "참사 이후 장사가 안돼 코로나때보다 힘들다"라며 "오늘은 그래도 일곱 테이블 정도 손님이 와서 아주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변 식당에 소모품을 공급하는 강 모씨는 "매일 배달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번만 이태원에 온다"며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이 동네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참사가 벌어진 골목길 상가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다. 녹사평역에서 제일기획까지 이태원로 1㎞ 정도 대로변과 이면도로에 있는 상가 30여곳이 공실로 남아 있었다. 주변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가들 나간지 이미 오래됐다"며 "매물로 내놓겠다는 전화만 오지 상가에 입점하겠다는 문의는 일절 없다"고 말했다.

학생 박 모씨는 "이태원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업주들이 사람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며 "외국 관광객이나 사람들이 좀 늘긴 했어도 참사현장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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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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