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 참사 이태원에 '반쪽 추모공간'

2023-10-27 11:10:17 게재

1년 지나도록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조차 못해

안전시스템 이행률 10%대, 대통령 추모제 불참

1년 전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곳. 수많은 추모글이 빼곡하게 붙어있던 이태원참사 그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됐다. 유가족과 서울 용산구가 협의 끝에 참사 1년 만에 마련한 추모공간이다. 유가족들은 이곳에 '아직 기억할 이름이 있다'는 글을 새겨 넣으며 국민들에게 계속 함께 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기억 하겠습니다! | 26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참사 1년 만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추모공간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참사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서다. 정부가 이태원참사를 계기로 국가안전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종합대책 이행률은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다. 법령개정이 필요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 19개 중 무려 12개가 아직도 계류 중이다.

이 중에는 주최·주관이 불명확한 축제·행사에 대한 지자체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과 지자체장에 재난안전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정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했던 내용이다.

진상조사 역시 갈 길이 멀다. 참사 1년이 지나서야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다.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은 여야 정쟁에 휘말린 탓에 최근에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법사위 문턱에 가로막혀 있다.

책임자 처벌도 요원하다. 현재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경찰·지자체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지만, 형사책임을 가리는 재판은 속도가 느린 탓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흐른 지금까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경찰 피의자 중 최고위급인 김광호 서울청장은 기소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피고인들은 "참사 최종 책임자는 윗선"이라며 입을 모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구속됐던 주요 피의자들은 줄줄이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지현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원장은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이뤄질 때 진정한 의미의 추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참사를 계기로 국민을 한데 모으기보다는 갈라치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제에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행사 공동주최에서 빠지겠다며 윤 대통령 참석을 촉구하고 있지만 대통령실 기류는 바뀌지 않고 있다. 불참 이유는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결국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을 방기한 채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안전 관련 법들은 모두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일구어낸 것들"이라며 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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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장세풍 이재걸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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