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만으론 못산다 … 고령층 32% '돈 때문에 일한다'

2023-10-30 11:06:29 게재

연금 수령자 778만명, 절반 취업 … 평균 연금수령액 60만원, 비수령층 67% 일해

연금을 받는 고령층(55∼79세) 가운데 3명 중 1명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금을 받는 고령층의 절반이 취업자였다. 연금을 수령하지 않는 경우 취업 비율은 더 올라갔다.


또 은퇴 연령인 60세 이상 가구의 이자 비용이 소득세·재산세 등 정기적인 세금 부담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소득 기반이 취약한 은퇴 가구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연금수령자 취업비중 ↑ = 30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고령층 부가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연금을 받고 있다고 답한 고령층은 모두 778만3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일자리를 원한다고 답한 사람은 479만4000명으로 61.6%를 차지했다.

또 이중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를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로 답한 고령층이 248만2000명(31.9%)이었다. 연금을 받고 있지만, 3명 중 1명은 돈이 더 필요해서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다. '일하는 즐거움'(183만7000명·23.6%), '무료해서'(24만7000명·3.2%), '건강 유지'(13만5000명·1.7%) 등이 그다음이었다.

실제 연금을 받는 고령층 절반 이상은 일을 하는 상태였다. 연금을 수령하는 778만3000명 중 취업자는 390만8000명으로 50.2%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8년보다 취업자는 45.4%(122만1000명), 취업 비중은 6.4%p 늘었다.

연금을 수령하는 고령층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급여 수준은 생계를 꾸려가는 데 충분치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 늘었지만 생활비 충당못해 =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연금통계 개발 결과'를 보면 2021년 65세 이상 내국인중 연금 수급자가 받는 월평균 금액은 60만원으로 5년 전인 2016년(42만3000원)보다 41.8% 늘었다. 하지만 최소 생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2021년 기준 개인이 노후에 기본 생활을 꾸려가기 위한 최소 생활비를 124만3000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연금을 수령하지 않은 고령층의 경우 취업 의사가 더 높았다. 연금을 수령하지 않은 55∼79세(769만9000명) 중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580만8000명으로 75.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근로 사유를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로 답한 사람은 343만명(44.6%)이었다.

연금을 수령하지 않은 고령층 가운데 취업자는 521만2000명으로 67.7%를 차지했다. 3명 중 2명꼴로, 연금을 받는 고령층보다 취업 비중이 더 높았다.

◆은퇴연령가구 가처분소득 줄어 = 한편 올해 2분기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2인 이상 비농림어가)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지난해 2분기(6만8000원)보다 45.8% 늘어난 9만9000원이었다. 반면 소득세·재산세 등과 같이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경상조세)은 9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줄면서 이자 비용을 밑돌았다.

60세 이상 가구 이자 비용은 지난해 2분기(53.0%)를 시작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3% 늘며 매 분기 빠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경상조세는 60세 이상 가구 소득 증가율이 전연령대 평균을 밑돌면서 지난해 1분기 이후 1개 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가구 이자 비용이 경상조세를 넘어선 것은 2017년 4분기 이후 5년 반만이다.

2분기 60세 이상 가구의 이자 비용 증가 폭은 30대 이하 가구(65.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소득 감소 폭(-1.1%)은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다.

60세 이상 가구는 가구주 대다수가 직장이나 사업장을 떠난 은퇴자들이기 때문에 소득 수준(464만원) 자체도 전 연령대 중 가장 낮다. 소득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더 줄었다.

2분기 60세 이상 가구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2.3% 줄면서 2016년 1분기(-3.2%) 이후 7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체 소득은 5만2000원(-1.1%) 줄었지만 이자 비용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이 5.6% 늘면서 처분가능소득은 9만2000원 감소했다.

60세 이상 가구가 다른 가구에 비해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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