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분투자 5% 이상이면 이사회 여성 참여 높아"

2023-11-07 10:40:49 게재

경영자에 대한 감시 수요 더 커져

'외국인 투자자 영향' 실질적 검증

한국회계학회 발행 '회계학 연구'

외국인투자자 보유 지분이 5% 이상인 기업에서는 이사회에 여성의 참여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한국회계학회가 발행한 회계학연구 최신호(Vol.48, No.5)에 실린 '대규모 외국인투자자와 여성의 이사회 참여'를 주제로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표본 3540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규모 외국인투자자가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여성의 이사회 참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저자인 이상철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와 이윤근 아주대 경영대 교수는 "경영자에 대한 감시유인과 감시비용을 부담할 능력을 갖춘 대규모 외국인투자자가 존재하는 경우, 경영자에 대한 감시수요가 높아져서 여성의 이사회 참여가 높아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이사회에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2006년 노르웨이가 세계 최초로 여성이사 할당제를 시행하고 2008년 의무화했다. 노르웨이 기업법에는 '이사회가 2∼3인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반드시 양성의 이사를 둬야 하고, 4∼5인으로 구성되는 경우에는 양성이 각각 2인 이상, 6∼8인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양성이 각각 3인 이상, 9인 이상의 경우 양성 비율이 각각 최소 40%를 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2004년 25% 수준이던 상장기업의 여성이사 비율은 2006년 36%, 2017년에는 42%로 증가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아이슬랜드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여성이사 비율을 30∼40% 유지하는 여성이사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할당제 시행은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제고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측면이 크다.

미국은 201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회사법 개정 법률안이 통과돼 2019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여성이사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지난해 8월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경우 특정 성의 이사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연구에 분석 대상인 된 3530개 상장기업 표본을 보면 10.4%에 해당하는 368개 표본에서 여성이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이사가 사외이사인 경우가 그 중 32.9%로 121개였다. 여성이사가 존재하는 기업 표본 368개 중 전문자격증(공인회계사, 세무사 및 변호사 등) 및 석사 학위 이상을 취득한 여성이사는 70.9%인 261개이고, 여성이사가 해당기업에 재임하고 있는 기간의 평균은 5.899년이다.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대규모 외국인투자자는 전체 표본의 34.5%인 1221개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순히 대규모 외국인투자자 유무 뿐만 아니라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대리인문제가 큰 비소유경영자인 경우, 대규모 외국인투자자의 존재가 여성의 이사회 참여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인 문제는 주주로부터 기업 경영을 위탁받은 전문 경영인(대리인)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상철·이윤근 교수는 "비소유경영자가 사적이익을 추구해 주주의 이익을 훼손시키는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대리인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경영자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대규모 외국인투자자의 존재로 인해 여성의 이사회 참여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으로 검증결과를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대규모 외국인투자자가 존재하는 경우 이사회에 참여하는 여성이사는 사내이사 보다는 사외이사일 가능성이 높고, 여성이사의 전문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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