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예산 축소 안돼"

2023-11-13 11:22:45 게재

공공임대 건설·융자 급감

분양건설·임대 지원 늘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다. 시민단체들은 내년도 예산안이 2022년 수준으로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입자·청년·주거·빈곤·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내놔라 공공임대'는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가 장기공공임대주택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 소위원회가 공공임대주택 내년도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심의하자 국회 앞으로 모였다.

공공주택시장은 크게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으로 나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아파트를 지은 후 이를 개인에게 분양하거나 임대를 해준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임대 보다 분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입자금이나 보증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융자 예산도 임대보다는 분양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세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매년 증가해온 장기공공임대(융자) 예산은 2018년 2조8000억원에서 2022년 9조1000억원으로 연평균 34.7% 증가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이후 매년 줄어들면서 2024년에는 6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 출자도 줄고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을 지을 때 필요 예산 중 일부를 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금이 지원되면 원가가 줄기 때문에 임대주택 수요자들의 부담이 줄어든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취임 2년 만에 2조원이 삭감됐다. 원가가 높아지면 임대주택 수요자들이 지불할 임대료도 덩달아 증가한다. 이러한 구조가 심화될 경우 저소득층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건설형 장기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출자 예산도 2022년 3조3000억원에서 2023년 2조1000억원으로, 다시 2024년에는 1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공공임대주택 미승인 물량도 2021년 42%에서 2022년 86%, 2023년(7월 기준) 93%로 늘었다. 사업계획을 세운 뒤 승인을 받지 못한 비율이 전체의 7%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이 제때 공급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정부는 연간 평균 7만호를 공급하던 건설형임대주택을 3만5000호로 줄였다. 그런데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

도심지 매입임대주택 융자 예산도 매년 줄더니 2022년과 비교해 3조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도심지에 있는 노후 주택을 LH 등이 매입해 주거안정이 필요한 계층에 저렴하게 임대를 놓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을 발표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소득·자산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공공임대에 우선 입주하도록 매입임대 입주자격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매입임대 예산이 줄면서 이들이 마음 놓고 거주할 집을 구하는 것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회약자들을 위한 예산을 줄이면서 분양주택이나 민간임대지원(융자) 예산은 2023년 3조2000억원에서 2024년 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현재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는 120만호로 추정된다. 경제상황과 인구구조를 고려할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재고가 소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건설시장 침체로 민간 신규 착공도 급감하고 있어 재고부족으로 인한 주택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내놔라 공공임대'는 "민간임대주택업자들 사업도 공공에 부담시키는 등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성이 축소되고 있다"며 "분양주택에 대한 지원예산을 줄이고, 장기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저소득자가 아닌 중산층 이상을 위한 편향적 예산 배분을 중단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과거로 돌려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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