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급한 여당, 내년 정부예산안에 '40대 증액사업' 제기

2023-11-13 10:57:04 게재

긴축 고수한 정부안에 손대 … 양극화 등 5대 위협 해소 명분

삭감된 R&D예산 수천억 복원 … 유의동 "민심 최대한 반영"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긴축 기조로 편성된 정부예산안에 손을 대기로 했다. 5대 위협 요소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으로 40대 증액 사업을 제시했다. 특히 3조4000억원 삭감된 연구·개발(R&D)예산 중 수천억원을 복원하기로 했다. 김기현 2기 체제에서 구원투수로 투입된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국정운영에 민심을 최대한 반영한다"며 정부예산안 수정을 주도했다.

예산안 심사방안 브리핑 하는 윤재옥 원내대표 |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2024 예산안 심사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은 13일 '2024년 예산안 심사방향'을 발표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 있어 '약자 복지'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청년, 어르신, 장애인 등 도움이 절실한 분들을 위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유 의장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사회 양극화 △경기둔화 △사회불안범죄 △기후위기 등을 공동체의 안전과 성장을 위태롭게 만드는 5대 위협요소로 꼽았다. 유 의장은 "5대 요소는 공동체의 현재 뿐 아니라 미래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며 5대 요소 해소를 위한 40대 증액 사업을 제시했다.

유 의장은 인구구조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의과대학과 상급병원 내 필수 의료분야 교수 확충하고 지방 중소병원과 연계진료가 가능하도록 인건비 지원 △출퇴근 시간을 자율조정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에 대한 장려금 지원을 중소·중견기업 육아기 근로자로 확대 △선택근무·재택근무·원격근무를 활성화하기 위한 중소·중견기업 지원금 단가 상향 △150만원이 상한액인 육아휴직 급여를 단계적으로 현실화 등을 제시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지원 인원을 확대하고 참여 희망하는 모든 대학에 지원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대상을 저소득 전 연령층으로 확대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사업 지원기간을 1년 연장 △건강보험 임플란트 개수를 4개로 확대 △청년들에게 인턴 체류지원비 지급 △청년 월세 한시특별지원 사업 확대 △ROTC 학업생활지원금 기간과 단가 인상 △장애인연금 부가급여 인상 등을 내걸었다.

경기둔화 극복을 위해선 △소상공인 정책자금 이용시 이자비용 감면 △소상공인 전기요금 한시적 특별 감면 △온누리상품권 사용처와 발행 규모 확대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수혜규모 확대 △전기 사용 양식어가에 '에너지 바우처' 한시지원 △이공계 R&D 장학금 지원 확대 △대학연구기관에 신형 기자재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정부가 3조4000억원 삭감한 R&D예산(21조5000억원) 중 △기초연구 지원 예산 △정부 출연 연구기관 예산 등 수천억원대를 복원하기로 했다. 과학계 카르텔을 깨려다가 자칫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 의지를 꺾고,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사회불안범죄 해소책으로는 △국민이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경찰 3000명을 현장인력으로 전환하는 예산 반영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사기·마약·조직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특별수사팀 구성 △마약밀수 근절하기 위해 초고속 경비단정 도입 등을 약속했다. 기후위기 대책으로는 △지하철역 노후된 에스켈레이터 시설 개선 △명절 기간 전 국민 반값 여객선 운영 등도 내걸었다.

여당은 이밖에 △보훈병원에 간병 지원 서비스 확대 △참전명예·무공영예·4.19 혁명공로수당 추가인상 △장병 특식을 월 1회에서 2회로 확대 등 증액 사업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8월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공개했다. 올해보다 2.8%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재정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저 수준' 증가율이다. 긴축기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은 정부예산안으로는 경기침체로 고통 받는 국민을 충분히 돕기 어렵다고 보고, 40대 증액 사업을 통해 정부안을 손본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건전재정' 약속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모색한 것. 이는 수도권에 지역구(경기 평택을)를 둔 유 의장의 발빠른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유 의장은 이대로라면 수도권 총선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국정운영에 민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심정으로 예산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장은 긴축기조를 고수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수시로 통화하고 만나면서 증액 사업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연재기사]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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