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조 세수펑크에 또 여권발 '총선용 감세' 추진 논란

2023-11-13 10:53:50 게재

대주주 기준 10억→100억 상향안

지난해 '내년까지 보류' 여야 합의

총선 앞두고 여권서 '재추진해야'

추경호 신중론 "야당과 협의 필요"

여권이 다시 '부자감세'를 거론하고 나섰다. 13일 현재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포의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조처에 이은 '총선의제 3탄'으로 불릴만하다.

국무회의 입장하는 추경호 부총리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이번에는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완화와 상속세 개편 등 자산 과세 완화 카드다. 다만 세제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아직 조심스런 모양새다. "야당과 협의가 필요하다"거나 "본격 검토 단계는 아니다"란 입장이다. 올해 60조원에 가까운 세수결손사태를 초래하고도 증세가 아닌 '자산계층 감세'를 검토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발 '부자감세' 시동거나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연말마다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대량 매물이 쏟아져 증시는 왜곡되고, 일반 개미 투자자들이 직격을 맞고 있다"며 "국내 상장 주식 양도세 대개편은 지난 대선과 인수위 국정과제로 국민께 약속드린 사안으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불을 지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도 '주식 양도세 전면 폐지'를 공약했던 만큼 여야 합의를 건너뛰고 감세를 밀어붙이자는 주장이다.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도 전날 보도자료를 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은 결정한 바 없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 중"이라고 했다.

주식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는 건 지난해 말 여야 합의를 1년 만에 뒤집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주식 양도차익이 연 5000만원을 넘으면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유예하고, 기존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상장주식 양도세는 매년 증시 폐장일 직전의 개별종목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보유 지분율이 1%(코스닥은 2%) 이상인 세법상 '대주주'만 낸다. 그러나 이 보유액을 '50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당시 이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0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세법 개정안을 냈다가 여야 합의로 보류했다. 부자감세란 비판여론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신중론 = 다만 기획재정부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양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 한국방송(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는 아직 방침이 결정된 건 전혀 없다"고 했다. 다만 "현재 시장의 여러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변화가 있게 되면 야당과의 합의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주주 기준은 소득세법 시행령에 규정된 까닭에 정부가 야당의 동의(법 개정) 없이도 기준 상향을 추진할 수 있다.

상속세 감세도 추진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제일 높은 국가이고,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며 "상속세 체제를 한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했다. 불과 한달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와 사회적 여건상 (상속세 개편을) 받아들일 태세가 조금 덜 돼 있는 것 같다"며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작업부터 해야 할 거 같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재부는 애초 올해 초부터 상속세 과세 대상을 '물려주는 재산총액'에서 상속인 각자가 '물려받는 재산' 기준으로 바꿔 세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추가 논의 필요성과 역대급 세수 펑크 등으로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이런 방안을 담지 않았다.

문제는 정부여당의 부자감세 추진이 최악의 세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의 기존 본예산 전망보다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국세 수입 부족분은 59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내년에도 올해와 맞먹는 세수부족사태가 예고된 상황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 세수는 지난해 395조9000억원에서 올해 341조4000억원, 내년 367조4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가 2025년(401조3000억원)에야 겨우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측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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