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용품 가격만 왜 이렇게 올라?" 물가관리 사각지대

2023-11-13 10:53:50 게재

유아동복 가격 12.1%↑, 기저귀 값도 9.6% 급등

분유·아동화·학습교재 등 줄줄이 인상 행진

올해 들어 분유·기저귀 등 육아용품 물가 상승세가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 상품·서비스는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필수재다. 육아가구의 양육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영유아 가구가 주로 소비하는 11개 상품·서비스 중 절반이 넘는 6개 품목의 올해 10월까지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3.7%)을 웃돌았다. 11개 품목은 분유, 이유식, 유아동복, 유아용 학습교재, 아동화, 종이 기저귀, 장난감, 유모차, 유치원 납입금, 보육시설 이용료, 산후조리원 이용료 등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대상인 유치원납입금과 보육시설 이용료를 제외하면 물가 조사 대상 육아용품의 3분의 2가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한 것이다.

◆유아동복 상상최대 상승 = 특히 1∼10월 유아동복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상승하면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5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기저귓값 상승률도 9.6%를 기록, 10%에 육박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0.6%를 기록한 뒤로 가장 높다. 지난해 전년보다 3.0% 오른 기저귓값은 올해 들어 전년 동월 대비 매달 8∼10% 내외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분유는 원유 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올랐다. 1∼10월 기준으로 2012년(8.1%) 이후 11년 만에 최대 폭이다. 아동화 값도 지난달까지 6.3% 올랐다. 2008년(6.6%)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같은 기간 유아용 학습교재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인 7.5% 올랐다. 장난감도 1.6% 올라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10월 산후조리원 이용료도 5.2% 오르면서 2011년(6.9%) 이후 12년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육아물가지수 개발 중단 = 육아용품·서비스는 영유아 가정에는 필수재에 가깝다.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양육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치원·보육시설 비용을 제외하면 대부분 육아 상품·서비스 물가는 별도 모니터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 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는 11개 육아용품의 가중치를 육아가구 중심으로 재산정한 육아물가지수를 개발해 2013년부터 발표해왔지만 관련 예산이 줄면서 2020년을 끝으로 중단된 상태다.

2020년 보고서를 보면 2013∼2020년 육아 관련 상품·서비스 중심으로 산출한 육아물가 상승률은 2% 내외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 수준에 달했다.

보고서는 "2013∼2020년 소비자물가지수는 저물가 기조로 등락률이 거의 1%대에 불과했지만 육아물가지수는 이를 훨씬 상회했다"라며 "전체 가구가 소비하는 품목에 비해 육아 상품·서비스 시장은 고물가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영유아 상품·서비스가 대부분 단기 수요 등락이 크지 않은 필수재 성격인 점과 육아용품 업계의 고급화 전략 등을 고물가 현상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정책 사각지대 된 육아물가 = 전체 소비자물가와 육아물가 간 괴리가 상당한 수준이지만 육아용품·서비스에 대한 중장기적인 물가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3년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한 육아물가지수가 처음 발표됐고 2018년 전국 조사로 확대됐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줄면서 2020년을 끝으로 연구는 중단됐다.

육아물가지수 연구·개발이 중단된 뒤로 지금까지 범정부 차원의 육아 물가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물가정책·통계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나 통계청이 별도로 관리하거나 개발 중인 육아물가 관련 통계는 없다. 통계청은 지난 6월 가구주 연령·소득별로 가구 특성별 가중치를 적용해 재산정한 물가지수를 발표한 적은 있지만 국가승인 통계가 아닌 실험적 통계에 그쳤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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