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매 89개월 만에 최다

2023-11-14 11:18:12 게재

응찰자, 낙찰가율도 줄어

서울 아파트 경매진행건수가 7년 5개월만에 월별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경매 물건은 늘고 있는데 경매에 참여하는 응찰자나 새로운 주인을 찾는 낙찰률은 전달보다 줄어들고 있다.

14일 경공매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38건으로 2016년 5월(291건) 이후 89개월만에 최다치다. 물건은 늘고 있는데 낙찰률은 26.5%로 전달(41.5)보다 5.0%포인트 줄었다.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의 숫자도 9월 6.5명에서 10월 5.8명으로 줄었다.

경매가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즉 한계상황에 놓인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보다 못해 경매를 신청한 것이다.

◆서민주택이 경매로 = 내일신문은 10월 경매에서 낙찰된 물건 60여건에 대해 지지옥션의 보고서와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추세를 확인해 봤다. 낙찰 물건이 가장 많은 지역은 은평구(6건)로 꼽혔다. 다음으로는 서대문·영등포·금천(5건), 양천(4건) 순이었다. 낙찰된 물건의 감정가는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이 28건으로 가장 많았다. 5억원 이하는 6건으로 10억원 미만 물건이 전체 낙찰된 아파트의 절반이 넘는 34건이었다. 이는 서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로 나오는 빈도가 높고 낮은 가격에 새주인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저가 아파트는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들이 대출금 회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경매는 밀린 체납세금과 경매진행 비용을 먼저 제외하고 권리를 먼저 등록한 순서대로 배당한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은행 근저당보다 확정일자를 먼저 받았다면 임차인 우선 배당이고, 임차인이 은행 근저당보다 늦게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잔금 중에서 전세금 등을 배당받게 된다.

낙찰된 물건에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중복 가능) 중에는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대부업체 등이 29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개인 또는 법인이 20건, 시중은행 16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5건 순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 서민주택 대부분 = 일각에서는 무리한 금융권 대출로 아파트를 매입한 '영끌족'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경매시장에 물건을 넘기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한 이들을 이야기 하는 의미로 쓰인다.

지난달 낙찰된 서울 아파트 중 영끌족이 한참 유행한 2018년 이후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진 경우는 15건이었지만 '영끌족' 조건에 부합한 경우는 없었다. 상속, 증여가 원인이 된 경매와 낙찰 후 취하, 기각, 지분 정리를 위한 형식상 경매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다중채무로 인한 경매였다. 등기이전을 하고선 5년도 안돼 경매에 나온 물건들도 있었다.

2018년 부동산투자회사 A사는 노원구 중계동의 108㎡짜리 아파트를 공매로 취득했다. 하지만 투자자로 보이는 개인이 강제경매를 신청했고 10월에 낙찰됐다. 배당결과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대출금을 내준 1금융권도 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B씨 등은 도봉구의 84㎡ 아파트를 2021년 7월 6억2000만원에 매입했는데, 이듬해부터 은행과, 카드사, 공공기관 등의 가압류와 압류가 이어졌다. 결국 매수 2년 만에 경매가 진행이 됐다. 2022년 3월 인천에 살던 A씨는 서울 영등포의 한 소형아파트를 1억3500만원에 사들였다. 등기이전을 한지 반년도 안돼 압류가 들어왔고, 경매를 통해 집주인이 바뀌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경매물건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영끌보다는 여러 금융기관에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이 살고 있던 집을 경매로 넘기는 것이 대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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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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