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갚으면 (중학생 딸)학교에 나체사진 유포"

2023-11-16 11:21:01 게재

검찰, 악성 대부업자 구속기소 … 스토킹처벌법 위반 추가 적용

30만원을 빌린 자영업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나체사진을 딸의 학교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심지어 딸이 다니는 학교에 "삼촌인데 조카와 통화하고 싶다"며 전화를 걸기도 했다. 검찰은 이러한 불법 채권추심 관련자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구미옥 부장검사)는 채권추심법위반, 대부업법위반, 스토킹처벌법위반, 성폭력처벌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해 대부업체 중간관리자와 직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은 불구속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회사원이나 자영업자들에게 30만원의 급전을 빌려주고 일주일후에 50만원을 받아냈다. 연이율로 따지면 3476%에 달했다. 수사 결과 상환기간에 따라 2만4333%의 고리를 받은 경우도 드러났다.

40대 직장인은 80대 노모 치료비가 급하게 필요하자 이들에게 30만원을 빌렸다. 채권 추심 과정에서 노모와 회사에 전화를 하고 욕설을 일삼았다. 결국 노모는 쓰려졌고, 채무자는 회사에서 해고됐다. 또 다른 30대 자영업자도 빚을 제때 갚지 못하자 담보로 나체사진을 내주고 말았다. 일당은 이 사진을 가족과 친구 등에게 전송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메시지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위협했다.

이들은 대부업 등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범행은 치밀하게 준비했다. 대출 광고를 통해 채무자를 모집했고, 상담 및 추심, 관리까지 역할을 분담했다. 채무자들과 직접 상담을 하지 않는 비대면식 영업을 했고,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계좌를 사용했다. 꼬리를 밟힐까봐 4개월마다 사무실을 이전했고, 채권추심 과정에서 욕설 등이 외부에 들리지 않도록 사무실에 방음시설도 갖췄다. 범행대상은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저신용자들이었다. 피해를 본 83명 중 30세 이하의 사회초년생만 30명에 달했다.

애초 경찰은 채권추심과 대부업법 위반,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 등의 혐의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스토킹처벌법 위반까지 적용했다. 검찰은 총책 등 추가 수사를 통해 범죄단체조직죄 등을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1부도 최고 연 3만%가 넘는 고리를 받아가며 불법추심을 한 20대 대부업체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상환이 제때 안될 경우 '주변인을 힘들게 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 한명은 50만원을 빌린 뒤 8개월간 10배가 넘는 539만원 갚기도 했다. 이를 환산하면 연간 이자만 1500%가량 된다.

인천미추홀경찰서도 대부업체 57곳을 수사해 10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총책 등 6명에 대해서는 불법사금융 조직을 운영해 온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이들은 금융취약계층 3600명에게 7000회에 걸쳐 150억원을 불법으로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최고 연 5000%의 이자를 챙기기도 했다. 제때 빌린돈을 상환하지 못하면 "죽이겠다"거나 "채무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는 식의 협박을 일삼았다.

대검찰청은 지난 13일 조직적으로 여러 사람이 관여한 불법 대부업체는 범죄단체로 규정하고, 몰수·추징보전 조치를 통해 불법 수익을 환수하도록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또 불법 채권추심을 하는 사람이 피해자와 그 가족 등에게 부당하게 접근하면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키로 했다. 예를 들어 추심을 핑계로 피해자 등에 접근하는 불법사채업자에게는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접근금지 △유치 처분 △전자장치 부착 등 잠정조치를 적극 청구한다.

대검 관계자는 "관련 법률을 엄격히 적용해 위반 행위자를 빠짐 없이 기소할 것"이라며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을 최대한 보장해, 선고형이 가벼울 경우 적극적으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심리상담, 구조금 등을 지원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승완 김선일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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