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 ⑧ 예비비 급증

국회 심의 사각지대 '예비비', 총지출보다 증가율 3배 넘어

2023-11-20 11:05:46 게재

내년 5조원까지 확대 … 야 "대통령 순방비 논란"

구체적인 사용 내역도 비공개, 심의 참고 차단

"허리띠 졸라매면서 씸짓돈 예비비 증액, 모순"

'예비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 미리 검증하기 어려운 '일반 예비비' 증액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2024회계연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예비비는 2024년도 정부 총지출 증가율(2.8%)보다 높은 8.7%가 증액됐다"면서 "예비비의 주된 용도와 중복되는 재해·재난대책비 예산이 전반적으로 증액 편성된 점, 코로나19 이전 예비비 규모가 약 3조원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예비비 예산을 감액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비비 증가율이 총지출의 3배가 넘는 셈이다.

국회 예결위 예산심사소위 |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2019년 예비비 예산은 3조500억원, 3조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2020년 5조6100억원, 2021년 9조7000억원, 2022년 5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올해는 4조6000억원으로 일부 줄었지만 정부는 내년 예비비로 5조원을 편성하면서 늘려잡았다.

총지출 대비 예비비 예산 비중을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에는 0.7% 이하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2022년에는 0.81~1.6%로 증가했다. 올해는 0.72%로 줄어드는 듯 하다가 내년 예산안에서는 0.76%로 높아졌다.

기재부는 "재해·재난 발생에 대비한 예비비 수요 등을 고려하여 예비비 예산을 증액 편성하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예측 불가 상황에 대비한 예비비를 4000억원 증액된 5조원으로 거의 코로나 시절 수준으로 요구한 정부안은 부당하다"며 "특히 이번 정부는 예비비를 대통령실 이전 비용, 대통령 순방비에 마구 끌어다 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감액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면서 쌈짓돈 예비비의 금액과 비중은 늘린 이번 정부 예산안의 모순은 끝도 없다"고도 했다.


◆깜깜이 예산 '일반예비비', 매년 2000억원씩 증액 = 국회 심의 사각지대인 '일반 예비비'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예비비는 2014~2019년엔 매년 1조2000억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2020년부터 매년 2000억원씩 증액해 올해는 1조8000억원으로 뛰었고 내년엔 2조원으로 편성됐다.

강 의원은 "정부안에서 대통령 해외 순방을 위한 예산이 22억원 순증해 220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코로나 시절 수준으로 예비비를 증액하면서 특히 일반 예비비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은 사용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번 결산감사에서 예비비가 대통령실 이전과 대통령 해외 순방에 과다 또는 부적절하게 사용되어 문제로 지적된 적이 있다"며 "특히 대통령 해외 순방 사전답사팀과 본대에 동행한 민간인에게 국가 예산으로 왕복 항공권, 호텔 숙박비, 현지 교통비, 식비 등을 지급한 외교부 공무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진 바 있다"고 했다.

목적예비비 역시 과다편성 논란 대상이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가 추후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재확산될 경우 대응이 필요하고 최근 물가 상승 등 예측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법적 의무지출 규모가 증가할 경우 등을 대비하여 목적예비비를 전년 대비 증액시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는 "내년 행정안전부 소관 재난대책비 예산안이 전년 대비 300.0%인 4500억500만원이 증액돼 6000억 4000만원이 편성됐고 환경부 소관 하천재해대책비도 2500억원 신규 편성됐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재해대책비도 1000억원 증액되는 등 재해·재난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8000억원 이상 증액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분기별로 예비비 배정과 집행내역 국회 제출해야" = 국회가 올해 예비비 지출한 세부 집행내역조차공개하지 않아 내년 예비비 총액심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예결특위는 "국회가 예비비 규모의 적정성을 내실 있게 심의하기 위해서는 현 회계연도의 예비비 배정과 집행내역 등에 관한 자료를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이 조항들을 근거로 현 연도 예비비 집행내역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헌법 55조에 따라 예비비 지출은 차기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고 국가재정법에서는 예비비로 사용한 금액의 총괄명세서를 다음연도 5월말에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결특위는 "국회는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가 현 회계연도 예산을 적절하게 집행하고 있는지 검토한 후 문제제기나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그 대상에서 예비비가 제외돼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며 "예비비 사용계획이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특정 중앙관서의 세출예산 사업으로 배정되면 집행단계에서는 일반사업 예산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게 됨에도 일반사업 예산과 달리 예비비의 집행내역을 제출하지 않는 것은 일관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예비비는 국회의 총액심의만을 받고 예산안 세부 산출내역이 없는 특성상 현 회계연도의 집행현황과 집행내역에 대한 점검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는 분기별로 현 회계연도 예비비 배정과 집행내역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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