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익여신 국민은행 48% 우리은행 37% 늘어

2023-11-20 10:58:07 게재

기업 경영상황 악화 반영

"내년 상반기 기업들 고비"

은행권 무수익여신이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은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부문에서 증가속도가 빨라 최근 경기부진에 따른 기업의 경영상황 악화를 반영한다는 진단이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최근 공시한 '2023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277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2조8988억원으로 27.3% 급증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5222억원에서 7736억원으로 48.1%나 급증했고, 우리은행도 이 기간 4701억원에서 6455억원으로 37.3% 늘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총여신 규모가 361조9867억원에서 373조1935억원으로 3.1% 증가할 동안 무수익여신 증가율(48.1%)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총여신이 2.8% 증가할 때 무수익여신 증가율(37.3%)이 높았다. 이에 비해 신한은행은 이 기간 총여신이 1.0% 늘었고, 무수익여신은 11.4%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다만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절대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7049억원으로 국민은행에 버금갔다. 하나은행은 무수익여신 증가율이 18.8%에 그쳤지만, 규모는 7748억원으로 국민은행보다 많았다.

은행권 무수익여신이 늘어나는 데는 기업들의 경영상황 악화가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4대 은행의 무수익여신에서 기업대출 부문은 지난해 말 1조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가계대출 부문은 같은 기간 7462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23.7%로 늘었다.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이 빠르게 저하하고 있는 점은 여러 통계에서 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국적으로 기업의 어음 부도액은 누적 4조156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1조3202억원)에 비해 214.9%나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전국 어음 부도율도 0.25%로 지난해 같은 기간(0.08%)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법원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올해 3분기 기준 12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8건)보다 64.4% 급증했다. 이에 비해 개인 파산 접수는 올해 3분기 누적 3만1012건으로 지난해 동기(3만1026건)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기업의 채무상환 여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부도가 지난해 1∼10월보다 올해 같은 기간 약 40%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전세계주요 17개국 가운데 두번째 높은 속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실대출 규모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다만 대출 만기와 상환 압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가 기업들은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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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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