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악화에도 중국 포기 않는 일본기업

2023-11-21 10:54:42 게재

양국간 무역 및 투자규모는 계속 줄어

중국 수입박람회에 일본기업 350개 참석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고르지 못한 경제 회복과 불안정한 지정학적 변화 속에 외국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크게 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중국 상하이에서 제6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E)가 열렸다. 신화=연합뉴스


2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달 초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에 일본 기업 350개사가 참석하며 중국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과 달리 양국간 무역 및 투자는 둔화된 상태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10월 총 무역액은 2627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수출입 감소율 6%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10월 전년 대비 4% 감소했으며, 11개월 연속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적어도 2021년부터 중국의 최대 외국 직접 투자국 지위를 잃었다.

최근 몇년 동안 양국관계는 안보 문제로 인해 악화됐으며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운영비용 상승, 비자 신청의 어려움, 시장 접근 제한 등에 직면하게 됐다.

주중 일본상공회의소가 지난 9월 14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4은 올해 중국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22%는 투자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주요 이유로 제조업체의 56%와 비제조업체의 72%가 '국제 정세와 환경'을 꼽았다.

하지만 CIIE에서 일본 기업들은 지정학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대부분 정치상황에 대한 언급은 피하는 쪽을 선택했다.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나치-후지코시의 마케팅 책임자 양예칭은 서방 제재의 타깃이 된 화웨이, ZTE 및 기타 중국 기술기업에 오랫동안 첨단 기기를 공급해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10년 넘게 화웨이와 ZTE에 장비를 납품해 왔다"면서 "중국에서의 매출은 미국을 넘어섰고, 중국은 우리 회사의 가장 큰 해외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간의 기술 대립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면서 일본은 나치-후지코시의 중국 파트너 및 고객과의 거래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기술과 장비는 매우 진보되고 정교한 민간용이기 때문에 우리 사업에는 양자 간 정치나 지정학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나 미국에서 생산된 민감한 부품에 관한 문제는 없다"면서도 몇 가지 어려움, 특히 중국 내 기업과의 엄청난 경쟁과 비용 상승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시장을 떠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2022년 나치-후지코시 전체 매출의 20%가 중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첨단 로봇, 수치제어 장비나 공작기계 판매가 새로운 정치적 발화점이 될 경우 이 회사는 부수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도쿄대 경제학과 마루카와 토무 교수는 "일본 기업들은 양국 간의 경쟁 심화와 지정학의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상당한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는 하이테크 기업들은 더욱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국적에 관계없이 어떤 회사도 구매 또는 판매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한 제한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많은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잔류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만, 중국 정부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위험을 헤쳐나가기 위한 자체 전략을 고안하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본의 인기 소비재 브랜드 무인양품의 마케팅 관계자는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될 경우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제품과 광고에 중국적인 요소를 더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코로나 이후 소비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마루카와 교수는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특정 민감한 날에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거나 영토 문제와 연관되는 것을 피하는 등 정치적 또는 역사적 문제에 관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동차 부문에서 볼 수 있듯 중국 기업이 부상함에 따라 일부 일본 기업이 손해를 보고 경우에 따라 철수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러한 결정은 정치적 경향의 결과라기보다는 비즈니스에 뿌리를 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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