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대출도 어려운데 휴대폰깡까지

2023-11-24 10:58:51 게재

경찰, 취약계층 노린 불법사금융 일당 검거

금융권으로부터 소액대출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노린 불법사금융 일당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휴대폰을 이용해 내구제대출을 일삼은 일당 57명을 검거해 이중 4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불법사금융 유형 중 하나인 내구제대출은 대출희망자가 신용형태로 물건을 산 뒤 이를 되팔아 급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 기승을 부린다. 과거에는 카드깡, 쌀깡 등이 횡행했지만 최근에는 휴대폰깡이 주로 이뤄진다.

불법사금융 일당은 급전이 필요한 대출희망자에게 고가의 휴대폰을 장기간 할부로 구매하도록 하고, 이를 매입한다. 대출희망자는 100만원 짜리 휴대전화를 36개월 할부로 구입한 뒤 이를 불법사금융 일당에게 30만원에 넘긴다. 불법사금융 일당은 이렇게 확보한 고가의 새 휴대폰을 해외로 팔아 이득을 더 남겼다. 할부약정이 있는 휴대전화를 국내에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로 넘긴 것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전기통신사업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물론 사기, 범죄집단조직·가입·활동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영남지역에 여러 유통업체를 세운 뒤 대출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대출희망자들이 찾아오면 개인정보를 취득한 뒤, 130만~250만원짜리 최신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했다. 이후 40만~100만원만 대출희망자들에게 지급하고 이 전화기는 장물업자를 통해 해외로 보냈다.

A씨는 이동전화 판매점과 콜센터, 유통업체는 물론 합숙소까지 개설했다. 상담원과 배송기사까지 모집해 교육한 뒤 조직적으로 범행을 이어오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수십만원의 급전을 융통하기 어려울 정도인 피해자들은 당연히 할부금을 내기도 어렵다. 제때 할부금을 내지 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 경찰 수사 결과 다중채무자 등 추가 대출이 어려운 이들도 있었지만 금융권 대출이 가능한지조차 알아보지 않는 등 금융에 대한 상식이 없는 이들도 상당했다.

경찰 수사결과 A씨 일당은 지난해 6월부터 올 8월까지 297명으로부터 휴대폰 461회선을 개통했다. 이렇게 개통된 휴대폰은 모두 해외로 반출됐다. 피해금액은 당시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8억4000만원에 달한다.

휴대폰깡 범죄가 판을 치면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최근 수사기관은 휴대폰 판매업자가 내구제대출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경우, 이득을 얻지 못했더라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하고 있다. 만일 이렇게 개통된 휴대폰이나 유심이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죄에 악용된 경우 가담 여부에 따라 사기죄나 사기방조죄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수사에서도 경찰은 총책에게 수수료를 받은 휴대폰 판매업자를 다수 적발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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