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어도 헛일 … 먹거리 물가 2배 더 뛰어

2023-11-27 10:42:58 게재

3분기 가처분소득 3.1% 늘었지만

가공식품·외식물가는 6.3%·5.4%↑

3분기 가구의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3% 늘었지만 먹거리 물가는 2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늘어도 실제 생활은 적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저소득층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1%에 못 미쳐 장바구니·외식 물가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평균 397만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1% 증가했다. 가처분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뺀 액수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이다. 같은 기간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동일했다. 이것만 따지면 물가가 오른 수준 정도로는 소득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소득 늘어도 생활 쪼들려 =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과 외식의 3분기 물가 상승률은 6.3%와 5.4%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2배 가까이 웃돌았다. 가처분소득 증가분에 비해 먹거리 물가가 훨씬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분기에는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 등으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14.2%로 먹거리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런 정부지원이 끊긴 이후에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2.0%로 급감한 후 2∼3% 수준에 머물다가 올해 2분기에는 -2.8%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먹거리물가는 급등세 = 반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 7∼9% 수준에서 올해 3분기에는 5∼6% 수준으로 소폭 둔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올해 3분기 가공식품 73개 세부 품목 중 72.6%인 53개의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3.1%)을 상회했다.

73개 품목 가운데 드레싱이 28.9%로 가장 높았고 고추장(24.1%), 치즈(19.8%), 잼(18.8%), 어묵(18.3%) 등 23개 품목도 10%를 넘었다. 아이스크림(13.0%), 커피(12.5%), 생수(10.0%), 라면(9.4%), 우유(9.4%), 빵(6.6%) 등의 물가 상승률도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외식은 39개 세부 품목 중 3개를 제외한 36개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뛰어넘었다. 피자가 11.8%로 가장 높았고 햄버거(9.1%), 오리고기(외식, 7.7%), 구내식당 식사비(7.7%), 김밥(7.4%), 떡볶이(7.1%), 라면(외식, 7.0%), 죽(외식, 6.9%) 등도 일제히 높은 증가 폭을 보였다.

◆더 살기 힘든 저소득층 = 특히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먹거리 부담은 더 컸다. 올해 3분기 소득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91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불과 0.6% 증가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는 832만원으로 3.1% 확대됐다. 3분기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1분위 가구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각각 10.5배, 9.0배를 기록했다. 이는 5분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대비 각각 2.0배, 1.7배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지난달에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이 4.9%와 4.8%로 둔화세를 보여 먹거리 부담이 다소 작아졌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며 가계 여윳돈이 줄어 먹거리 부담이 대폭 개선되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배추·사과·달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과 햄버거·치킨·피자 등 외식 5개 품목에 이어 최근 우유·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9개 품목의 물가 관리 전담자를 추가 지정하고 서민 체감도가 높은 이들 28개 농식품 품목에 대한 밀착 관리에 나섰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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