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 ⑩ 깜깜이 심사

한 달 만에 663개 사업 657조원 뚝딱 … 거대양당 '밀실협상'

2023-11-28 11:07:21 게재

관행 따라 법규·회의록도 없는 '소소위'에서 최종 결정

상임위 심사기한 3일 … 상임위 아닌 예결위 중심주의

'정기국회 이전 국감 실시' 위반 하면서 '나쁜 관행' 시작

예산안 심사가 올해도 관행에 따라 '짬짬이'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다. 656조 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60개 부처의 663개 사업으로 짜여 있다. 상임위는 1~3차례의 예산소위를 열어 주요 심사를 마무리했고 이후 모든 결정권은 예결위의 '소소위'라 불리는 '밀실 협상단'에 넘어갔다. 거대양당의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소소위는 비교섭단체는 배제된 '그들만의 운동장'으로 회의록도 없고 내용도 공개되지 않는다. 상임위에 주어진 예비심사 기간은 사흘에 그쳤다.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법부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특활비TF, 특활비 공개 촉구 | 더불어민주당 특수활동비 태스크포스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서삼석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게 14개 부처 특활비 내역 공개 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원 의원, 서삼석 위원장, 박용진, 윤건영 의원.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이러한 왜곡된 예산 심사는 국정감사를 정기국회 전에 마치도록 한 국회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시작했다. 국감 준비기간까지 합해 정기국회 100일 중 두달 가까운 시간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산안이 국회로 들어온 것은 9월 1일이지만 본격적으로 심사하기 시작한 것은 2달 후인 11월 1일이었다.

28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기간을 이달 3일 오전 9시30분으로 정했지만 이날까지 심사를 완료한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가장 먼저 예비심사를 시작한 상임위는 행안위와 국방위로 이달 1일이었고 가장 먼저 마친 상임위는 국방위와 법사위로 9일이었다.

◆여가위는 상정 않고 과방위, 정무위는 의결 못해 = 여성가족위는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았고 과방위와 정무위는 소위까지 마쳤지만 전체회의에서 의결하지 못했다. 예산안 예비심사를 끝난 상임위 중에서는 교육위가 21일로 가장 늦게 마무리했다. 다른 상임위 소속인 의원이 같이 맡고 있는 정보위의 경우엔 23일에 상정해 24일에 끝냈다.

올해 상임위의 예비심사는 예산결산 소위 1~3번 열고는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운영위 정보위 복지위 외통위 등 4개 상임위가 예결소위를 한 번만 열었고 국방위 법사위 기재위 농해수위 행안위 산업위는 2번, 문화위 정무위 과방위 환노위 국토위 교육위는 3차례 소위 심사를 거쳤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같이 예비심사기한을 짧게 잡은 것은 예산결산특위 심사일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상임위 예비심사를 마쳐야 예결특위 상정할 수 있다. 예결특위는 이달 3일 오전 10시에 열렸다. 국회법 84조는 상임위가 예비심사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하고 의장은 이 보고서를 첨부해 예결위에 회부하도록 했다. 또 의장은 예산안을 상임위원회에 회부할 때에 심사기간을 정할 수 있고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면 곧바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예결위 심사기간이 부족하자 의장은 예비심사기간을 짧게 주면서 '예결위에서 수용하는 상임위 최종 통과 시점'을 각 상임위에 공문으로 통보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이는 매년 해오던 관행이다.

◆소수의 협상으로 결정되는 예산안 = 상임위 예비심사기간 이후엔 모든 권한이 예결위로 넘어간다. 상임위 예비심사단계에서 증액했거나 감액한 것은 사실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참고사항이다. 국회법에서는 "예결위는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며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게 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에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새 비목의 설치에 대한 동의 요청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72시간 이내에 동의 여부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통지되지 않으면 상임위원회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활용해 사실상 예산안 전체 심사가 지도부와 예결위원들의 직권 결정범위 안에 들어가게 된다.

예결위는 대체토론 후 예산조정소위를 13~24일까지 9차례 조율했다. 감액심사만 했을 뿐 증액 심사는 손도 못 댔다. 결국 국회법에도 없는 '소소위(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내 소위원회)'를 가동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인 12월 2일까지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예산안조정소위 내부의 일부만 모여서 논의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만든 관행이다.

소소위는 회의 장소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의록도 남지 않는다. 예결위원장인 서삼석 민주당 의원, 예결위 여야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강훈식 민주당 의원, 기획재정부 차관 등 소수 인원만 참여한다.

사실상 지도부에 의해 예산안 막판 심사가 이뤄지는 셈인데 그 과정은 '깜깜이'라는 게 문제다. 또 관행처럼 매년 의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예산안이 방대하고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데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라 짧은 기간에 모든 사업들을 꼼꼼히 따지기 어렵다"면서 "국감을 정기국회와 분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지만 쉽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많은 관행과 편법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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