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 논란 채충식, 항일독립운동 인정

2023-11-29 10:56:38 게재

진실위 "명예회복 위한 조치 필요" 권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방 이후 좌익활동 논란이 있던 항일독립운동자에 대해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했다.

진실위는 28일 67차 위원회를 열고 '채충식의 신간회 항일독립운동'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신간회는 일제강점기인 1927년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제휴한 좌우합작 민족운동단체다. '완전독립'을 주장한 신간회는 전국 조직을 두고 세력을 확장해 한때 140개 지회의 회원 3만9000명에 달할 정도였다. 초기에는 일제의 좌-우 이간 공작을 극복했지만 일제는 집요했다. 세력이 커지자 일제는 지도부 검거에 나섰고, 민족주의 진영 위주의 지도부가 대부분 투옥되면서 와해됐다.

1982년 경북 달성에서 출생한 채충식은 왜관청년회를 시작으로 일제하에서 경북 칠곡군 왜관에서 조선일보 왜관지국장, 신간회 칠곡지회 의장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였다. 이후 상해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을 지낸 여훈홍 등과 조선농인사를 조직하기도 했다.

일제 패망직전 해방과 건국을 준비하는 '건국동맹'의 경북조직을 결성했다가 검거돼 감옥에서 해방을 맞았다. 검거 소식은 당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 남겨져 있었다.

조선농인사는 농촌개발 문맹퇴치 등을 위한 단체였다.

일제 패망직후 채충식은 대구의 좌우익이 연합한 '건국준비경북치안유지회'에서 활동했다.

진실위는 채충식의 신간회 항일독립운동을 규명하기 위해 신청인 진술, 신문기사, 독립유공자 공훈록, 경상북도 경찰부 '고등경찰요사', 조선총독부 문서 등을 검토했다.

고등경찰요사는 관내 경찰관서 등이 비치된 극비문서다. 지금으로 치면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경찰관 업무편람과 유사하다. 고등경찰요사 채충식이 왜관청년회가 운영하던 동착학원에서 교사로 활동하면서 한글신문을 교재로 사용한 사실, 학생들에게 배일사상을 가르쳤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특히 채충식에 대해 '엄중단속해야 한다'고 적어 놨다.

대구시가 제작한 '디지털대구문화대전' 등에 따르면 채충식은 국가유공자 공훈록에는 등재돼 있으나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해방 이후 좌파적 입장을 내세운 게 문제가 됐다. 아들 역시 해방직후 좌파활동을 하다가 행방불명됐고, 후손들은 '빨갱이' 손가락질을 받았다. 채충식은 동료 독립운동가들의 기념사업 등을 하다가 1980년 사망했다.

진실위는 채충식에 대해 "국가가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진실위 관계자는 "위원회는 해방 후 전력에 대해 평가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면서 "구한말에서 해방까지 일제강점기 하에서 신간회 활동과 항일독립운동에 대해 인정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충식의 손녀인 채영희 대구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은 "할아버지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한 지 43년만"이라며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해준 진실위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실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예농속회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으로 결정했다.

예농속회는 예산교회 목사로 있던 김희운이 1939년 민족의식을 높이고 일본의 국체 관념을 거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체론은 일본제국주의 시대 기본 이념으로 일본 천황이 영구적으로 통치하는 것을 인정하는 논리다. 이는 천황에 대한 절대복종의 근거로 쓰였다. 예농속회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한 윤영원 장준환 김희운 안세영 이민구 등은 지난해 국가보훈부에서 건국포장을 받았다.

진실위는 이번 위원회를 통해 박대영 최경용 김동식 등의 항일독립운동 행적을 확인했고 국가가 이들에 대해 명예회복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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