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

2023-12-01 11:19:22 게재

핀둬둬, 장중 알리바바 시총 넘어 … 미국 쇼핑 앱 '테무' 인기에 힘입어

중국의 IT기업 순위에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부문에서 최강자 자리를 유지해왔던 알리바바가 신생기업에 그 자리를 넘겨줄 상황에 처했다.


지난달 30일 블룸버그는 장중 한때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8년 된 신생기업 핀둬둬에 잠시 빼앗기면서 마윈의 알리바바가 10년 넘게 지배해 온 인터넷 산업에 분수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계산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홍콩에서 장중 한때 시장 가치가 약 1조4600억홍콩달러(1870억달러)로 미국에 상장된 핀둬둬 홀딩스의 1883억달러보다 낮았다. 알리바바 주가는 이날 오후 홍콩거래소에서 약 0.1% 반등해 전날밤 마감한 핀둬둬의 시가총액보다 약간 높게 유지됐다.

미국 인기 쇼핑 앱 '테무'와 중국내 특가 판매를 축으로 운영되는 핀둬둬는 11월 30일 미국 거래에서 4% 상승했다. 같은 날 알리바바의 주가는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러한 변화는 2020년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와 마윈 등을 표적으로 삼아 IT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한 후 알리바바를 휩쓴 혼란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핀둬둬에서 바이트댄스에 이르기까지 소셜 미디어와 이커머스의 전통적인 영역을 뒤흔들고 있는 신생 기업의 부상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앞서 11월 29일 알리바바의 마윈은 내부 포럼에 참석해 핀둬둬를 칭찬하고 22만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방향을 바로잡고 추진력을 되찾으라"고 권고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3년 동안 뒷전에 머물러 있던 그가 전면에 나선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니온 방카르 프리베의 매니징 디렉터인 베이-센 링은 "돌이켜보면 알리바바가 많은 부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빠른 실행이나 혁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독점법이 등장하고 규모를 이용해 판매자를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무방비 상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때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 후보로 꼽혔던 알리바바의 주가는 2020년 정점을 찍은 뒤 올해는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상보다 약한 중국의 경제 회복세와 핀둬둬의 추격으로 인해 한때 지배적이었던 알리바바의 온라인 리테일 사업은 약화됐고 대내외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반면 핀둬둬는 눈부신 성장과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으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회사는 '테무'의 성공과 국내 진출에 힘입어 매출이 예상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18% 급등했다.

핀둬둬의 매출 증가율은 알리바바를 훨씬 앞질렀다. 이는 경제가 불확실한 시기에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얼마 전 끝난 광군제 쇼핑 기간 동안 경쟁업체들이 한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에 비해 핀둬둬는 20%의 증가율을 기록했을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추정했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의 일부는 '테무'에서 시작됐다. 테무는 불과 1년 만에 판매량에서 중국의 온라인 패션몰 '쉬인'(Shein)을 추월했으며 현재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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