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샘 올트먼 해임 사태와 인공지능의 향배

2023-12-05 11:45:46 게재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

오픈AI 공동창업자 샘 올트먼(Sam Altman)은 축출 닷새 만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같은 직책인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왔다. 정보통신 매체 더버지는 "올트먼의 복귀는 갑작스러운 해임보다 더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오픈AI는 지난달 17일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며 올트먼의 해임을 전격 발표했다. 창업자가 경영노선 차이로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는 업계의 또 다른 사례로 남는 듯 했던 올트먼 축출 사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나서면서 반전을 맞았다. 오픈AI에 총 130억달러(약 17조원)를 투자한 MS는 20일 올트먼과 브록먼을 비롯한 오픈AI 핵심 인력들을 영입해 새로운 AI 연구팀을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올트먼이 전격 해임된 뒤 MS 나델라 CEO는 올트먼과 올트먼 해임 후 회사를 떠난 공동창업자 브록먼이 MS에 합류해 새로운 첨단 AI 연구팀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오픈AI 직원 770명 가운데 700여명이 퇴사를 불사하겠다며 이사회 전원 사임과 올트먼의 복귀를 요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일부 투자자들도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겠다며 압박했다. 오픈AI 직원 700명 중 505명이 "샘 올트먼 오픈AI 전 CEO와 브록먼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MS로 이직할 것"이라는 성명을 오픈AI 이사회에 전달했다.

505명 리스트엔 올트먼 축출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던 일리야 수츠케버 등 오픈AI의 핵심멤버들이 모두 포함됐다. 505명의 유일한 오픈AI 복귀 조건은 "현 이사회의 전원 사임과 올트만·브록먼의 복귀"였다. 올트먼과 갈등을 빚으며 축출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수츠케버도 "이사회 결정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며 "오픈AI에 해를 끼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결국 이사회는 이사 전원이 퇴임하고 올트먼 복귀와 함께 지난 주말 사이 내린 모든 결정을 번복하거나, 오픈AI가 껍데기만 남는 것을 두고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MS와 세쿼이아캐피털 등 주요 투자자가 이사회에 올트먼의 복귀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오픈AI는 올트먼의 귀환과 함께 그를 내쫓았던 이사회 일부도 재구성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올트먼은 오픈AI 발표 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지원으로 오픈AI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면서 "MS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델라 CEO도 X에서 "우리는 오픈AI 이사회의 변화에 고무됐다"고 환영했다. 그는 또 "올트먼, 브록먼 오픈AI 공동창업자와 대화한 끝에 그들이 오픈AI에서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며 앞으로 강력한 협력관계를 통해 차세대 AI의 가치를 전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을 전격 해고하면서 빚어진 닷새간의 대혼란은 수습국면에 들어섰다.

AI 둘러싼 급진파와 온건파의 갈등

뉴욕타임스는 "'AI를 구축하는 사람들 사이의 철학적 균열'이 가장 잘 드러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AI를 '가장 큰 비즈니스 기회'라 믿는 올트먼 같은 급진파와 '너무 빨리 움직이면 위험하다고 걱정하는' 수츠케버 같은 온건파의 갈등이 오픈AI의 폭발적 성장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상업적 목표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단체로 출발한 오픈AI는 투자유치를 위해 2018년 영리기업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비영리 이사회가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픈AI 이사회는 이윤보다 사회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임무를 맡은 매우 특별한 이사회"라고 했다.

2015년 비영리 단체로 시작한 오픈AI는 "안전한 AI 구축에 대한 공공 부문의 명확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공익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구성된 민간 프로젝트 추진 필요성"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AI가 언젠가 스페이스X의 위성, 크루즈와 구글의 자율주행차처럼 현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고 그 안전장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완벽한 시장논리로 사업을 키우려는 올트먼의 행보는 창립이념을 배반한 행위로, 오픈AI 이사회로서는 퇴출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반면 올트먼을 지지하는 AI 개발자들은 오픈AI 이사회가 지나친 이상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AI를 개발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챗GPT를 출시한 영리법인 '오픈AI 글로벌'을 설립한 것이 이미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MS의 거액투자를 받은 뒤 오픈AI는 탄력을 받아 GPT3 출시 1년 만에 2번의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거친 'GPT4 터보'를 내놓을 정도로 빠른 발전을 이어갔다.

궁극적 승자가 된 MS

현재로서는 MS가 가장 큰 승리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AI 혁명의 파트너로 오픈AI에 크게 의존하는 2조8000억달러 규모의 기술 대기업은 약 700명의 오픈AI 엔지니어를 고용하지 않고도 투자를 성공적으로 보호했다.

이번 사태 흐름을 좌지우지하며 궁극적 승자가 된 MS는 오픈AI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등에 나서며 영향력을 더 강화할 전망이다. 비영리 단체로 출발한 오픈AI는 영리기업으로 전환했지만 비영리 이사회가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에 MS는 오픈AI 지분 49%를 가진 최대 주주임에도 이사회에서 의결권이 없었다. 올트먼의 해임도 이런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가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오픈AI 이사회에서 의석을 확보하려 하며, 이사회 구성원을 늘리고 이사들의 경험 수준을 높이는 방안 등을 통해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전했다.

오픈AI가 무너졌다면, MS가 어떻게 그렇게 부주의하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는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을 것이다. 오픈AI의 인재를 많이 고용한다고 해도 새로운 자회사를 만드는 데 소비됐을 시간과 돈의 양은 엄청났을 것이다. 다른 오픈AI 후원자들이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회수하려는 소송에 휩싸였을 것이다. 게다가 MS 사무실에 새로운 인재들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해도 최근 정리해고로 휘청거리고 있는 나델라는 큰 호의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오픈AI의 향후 행보에 관심

올트먼은 AI를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가드레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보다 강력한 AI 모델 개발과 상용화에도 중점을 둬왔다. 닷새간 반전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올트먼의 복귀는 오픈AI의 향후 행보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올트먼은 이제 오픈AI의 의심할 여지없는 의사 결정권자다. 브렛 테일러 등 새로 합류한 이사에 의해 올트먼은 더 많은 보호를 받을 것이고 그의 상업적 본능에 대한 저항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올트먼은 AI 개발 속도를 높이고 이를 상용화하고자 했는데 개편된 이사회의 지지를 업고 자신의 비전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미국 CNN방송은 올트먼의 복귀 발표가 "누가 오픈AI를 이끌고 운영할지, 보다 광범위하게는 AI 기술개발 경쟁이 얼마나 빨리 진행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AI업계의 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짚었다.

이 모든 사건은 비영리 단체가 영리단체를 소유한다는 생각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사회 선택의 장점과 상관없이 오픈AI 이사회는 거대 자본과 데이터센터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오픈AI 이사회는 기술에 대한 우려와 인류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상업적 기회와 함께 고려되는 방식으로 설정됐다. 그 목소리는 이제 오픈AI에서 밀려난 것 같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