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절차 돌입

2023-12-06 10:50:56 게재

충남도의회 교육위 통과

국가인권위 "유지 바람직"

충남도의회 서울시의회 등 일부 지방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폐지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이를 둘러싼 갈등도 본격화되고 있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5일 오후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원안 가결했다. 재석의원 7명 가운데 찬성 4명·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폐지안이 통과됐다.

충남도의회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박정식 도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25명이 발의했다. 이들은 폐지 이유에 대해 "교육현장에서 무제한·무조건적인 불가침 권리로 인식된 학생인권으로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침해가 심각하다"며 "현 조례엔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성소수자 학생·임신·출산 등 왜곡되고 잘못된 권리 등이 포함돼 있어 학생들에게 잘못된 인권개념을 추종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도의회는 올해 들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놓고 몸살을 앓아왔다. 당초 폐지안은 지역 보수 개신교 단체 등이 주민발의로 제출했지만 이는 법리논쟁으로 법원에 넘어갔다. 폐지안 통과가 쉽지 않게 되자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원발의로 폐지안을 제출했다.

이날 교육위원회에선 폐지보다 개정 등을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과 일부 여당 의원의 주장이 있었지만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남은 절차는 우선 15일 열리는 본회의다. 현재 충남도의회는 전체 도의원 47명 가운데 국민의힘이 35명, 더불어민주당이 12명을 차지하고 있다. 의석수 분포 상 통과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만약 충남교육청이 이를 거부할 경우 의결사항을 이송 받은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충남도의회는 다시 표결을 진행,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2/3 찬성으로 폐지안을 확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감이 이 역시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재의결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그동안 "인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 가치"라며 유지를 주장해왔다.

서울시의회도 충남도의회와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18일 교육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키로 했다. 현재 통과 전망이 우세하다. 원내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폐지에 찬성하고 있고 반대한 민주당도 예결위원장 자리를 받으면서 안건 상정에 합의한 상태다.

의회 기류와 무관하게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26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인권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충남도의회와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인권보장 요청에 반하고 학생인권 침해구제의 공백 초래 및 학생인권 사무의 체계적·안정적 수행 저해의 우려가 크므로 학생인권조례를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현재 전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곳은 충남 서울 등 7개곳이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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