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콘텐츠 기업, 유료독자 유지 위해 분투

2023-12-12 11:14:08 게재

시장포화에 신규 유치보다

기존 사용자 유지에 초점

중국의 인터넷 콘텐츠 기업들이 수년간의 막대한 지출과 치열한 경쟁 끝에 유료고객 그룹을 확보했다. 이제는 이 유료고객을 유지하는 게이 기업들의 가장 큰 숙제가 됐다.
중국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국 내 사용자 기반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고객 유지'가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7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는 7년에 걸친 캠페인을 통해 지난 6월 1억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이치이'는 유료 가입자 1억명 돌파에 4년이 걸렸다. 그동안 아이치이는 콘텐츠 제작에 600억위안(약 1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텐센트의 12년 된 비디오 스트리밍 사업부와 알리바바의 17년 된 라이벌 여우쿠는 가입자 수수료 인상과 콘텐츠 제작 비용 절감으로 2022년 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이 이같은 모멘텀을 유지하는 게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억명의 중국인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중국 내 사용자 기반은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용자 대부분이 광고가 지원되는 무료 콘텐츠에 집중돼 있으며, 유료 구독 사용자도 한번에 한달만 구독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 유지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온라인 게임회사 넷이즈의 음악 스트리밍 사업부인 '넷이즈 클라우드 뮤직' 관계자는 "전체 사용자 기반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사용자를 찾기가 힘들어졌다"면서 "업계는 사용자 확보에서 사용자 유지로 초점을 옮겼다"고 말했다.

데이터 인텔리전스 서비스 제공업체인 퀘스트 모바일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 여우쿠와 같은 롱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은 총 8억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사용자는 평균적으로 2개의 동영상 스트리밍 앱을 정기적으로 이용한다. 또 구독자들은 음악, 오디오, 온라인 소설 콘텐츠 등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를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3년 상반기 몇몇 인터넷 기업들은 구독료 수익이 라이브 스트리밍 및 광고 수익을 넘어 가장 큰 수익원이 되었다고 보고했다. 한 비디오 플랫폼의 임원은 구독하지 않는 사용자를 고려하면 사용자당 평균 수입은 유료 구독자에 의해 발생하는 수입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여전히 구독수익보다는 광고수익 중심= 업계 전반에 걸쳐 광고로 자금을 조달하는 무료 이용은 여전히 기본 비즈니스 모델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인터넷 광고 수익은 3056억위안(약 56조원)으로 구독 수익 280억위안(약 5조원)보다 훨씬 높았다. 이 가운데 아이치이는 구독 수익이 100억위안(약 2조원)에 육박하며 업계 전체 구독 수익의 36%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유료 사용자 수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중국 콘텐츠 플랫폼 중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 같은 해외 구독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기업은 거의 없다.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는 북미에서 50%가 넘는 구독자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아이치이와 텐센트 비디오의 회원 보급률은 약 25%인데, 이는 전체 사용자의 1/4만이 유료 구독자라는 의미다.

중국의 많은 구독자는 연간 회원이 아닌 월간 회원으로, 구독을 매월 갱신할 의무가 없다.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 여우쿠와 같은 장편 동영상 플랫폼은 오랫동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의존해 신규 구독자를 확보해 왔지만, 인기 있는 독점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구독자의 유료 결제를 유지하는 것은 항상 고민거리다. 아이치이의 경우 가입자의 장기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장기 회원에게 할인과 특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인기 프로그램을 계속 출시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문제다. 구독 갱신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매 분기마다 최소 1개의 인기 프로그램을 두달 동안 스트리밍해야 한다.

텐센트는 올해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지출을 크게 줄였다. 대신 외부 제작자에게 더 많은 수익 지분을 제공하고 제작비를 선불로 받으면서 텐센트 비디오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콘텐츠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롱폼 비디오 스트리밍 기업들, 숏폼 비디오와도 경쟁 = 롱폼 비디오 콘텐츠 제공업체는 제작비용이 덜 들고 구매비용도 저렴한 몇분 분량의 숏폼 프로그램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돌파해야 한다.

짧은 동영상 앱의 인기가 높아지자 '콰이쇼우'와 '더우인'(중국판 틱톡)과 같은 플랫폼은 사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미니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들도 유료 콘텐츠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한 장편 동영상 플랫폼 관계자는 "우리는 우리 라이벌이 영화와 TV 스튜디오라고 생각했을 뿐 진짜 라이벌이 콰이쇼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니 드라마의 에피소드는 3~5분 길이다. 처음 몇개의 에피소드는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보통 무료로 제공된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이후 에피소드는 일반적으로 유료화 모델을 채택해 회당 1~3위안(약 180~550원)을 청구한다.

단편 동영상 플랫폼 관계자는 그동안 장편 동영상 플랫폼이 시청료를 지불하는 문화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단편 동영상 앱이 저렴한 미니 드라마로 구독 모델을 홍보하기는 더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단편 동영상 플랫폼에서 미니 드라마의 총 상품 가치는 2022년에 670% 이상 성장했다. 콰이쇼우 추정에 따르면 올해는 160% 이상 성장해 100억위안(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니 드라마는 장편 드라마의 유명 출연진과 고가의 제작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영화 및 TV 스튜디오도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할리우드'로 불리는 세계 최대의 영화·TV 제작기지인 헝뎬에서 매일 촬영되는 미니 드라마의 수가 정규 TV 시리즈의 수보다 많은 때도 생기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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