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축산, 농업의 체질을 바꾼다

"인공지능·빅데이터로 재래식 축산 탈출"

2023-12-13 11:20:19 게재

스마트축산 도입하면 생산성 8% 증가 … 데이터 활용 농가 지원해야, 장비 국산화·규격화 동반성장 필요

축산업이 기로에 섰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 72.6%인 164곳에서 가축분뇨법에 따라 가축사육을 제한하고 있다. 고령화 공동화로 축산농가가 감소할 뿐 아니라 환경규제로 현재의 재래식 축산은 설 곳이 줄었다. 축산업 위기의 시대, 세계 각국은 축산업 유지·발전을 위해 스마트축산 기술 경쟁에 들어갔다.

경기도 평택의 양돈농장 로즈팜은 스마트축사 시스템을 2017년 도입했다.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해 2500평 규모로 농장을 키운뒤 데이터를 통해 축사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13일 축산당국과 축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축산은 농업 최고기술국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과 비교하면 70% 수준으로 평가된다. 기술격차는 4년 뒤쳐진 상태다.

스마트축산 기자재의 국산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농식품부가 2021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팜 주요 장비별 국산·외국산 비중을 살펴보면 축사의 경우 한우(88.8%)와 양돈(81.4%)에 비해 양계(67.0%)와 낙농(43.4%)의 국산화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기자재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축산농가에서는 국산 장비의 규격 통일화 등 표준사업도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은 "국내 유통되는 국산제품들의 규격 통일을 통해 국산제품 간 호환성을 강화해 농가에서 실제 원하는 맞춤형 모델의 제공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흩어진 축산데이터, 농가에서 활용해야 = 스마트축산 장비의 국산화·규격화와 함께 농가에서 축산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축사에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는 보급됐지만 농가의 데이터 분석·활용이나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공공부문 데이터가 분산 관리되는 등 통합·연계가 미흡하기 때문에 민간영역에서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축산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생태계도 정체 상태다.


스마트축산을 추진하는 기술기업들은 표준화된 데이터를 수집·활용하기 위한 데이터와 기자재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 벤처기업 관계자는 "센서 등을 설치하는데 기준이 없어 제공되는 정보간 호환과 품질 관리가 안되는 것이 문제"라며 "이 문제를 최우선 해결하면 스마트축산 도입 농가가 빠르게 늘어나며 생산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관계부처 합동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우에 스마트축산을 도입하면 생산성은 8.1% 증가하고 노동력은 11.7% 절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투입비용은 4.1% 줄고, 소득은 10.2% 증가할 것으로 보고됐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2·3세대 스마트시설 보급 = 스마트축산의 기초 단계인 '스마트 축사' 설치와 기능은 1·2·3세대로 나뉜다. 지금까지는 기술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1세대 소규모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반 원격제어는 일부 가능하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고급기술 활용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영효율성 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2세대 3세대 중심으로 시설보급을 고도화하고 일정부분 규모화할 필요가 있다.

향후 스마트축산은 산업 규모가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스마트축산 가축 모니터링 분야는 개체별 정밀사양관리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연평균 약 10.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14억200만달러에서 2025년 22억77만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활발한 제품 개발로 로봇착유기나 자동급이(사료공급)시스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축산 장비의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착유기는 2022년 25억달러에서 2025년 42억달러로 11.7% 성장이 예상된다. 자동급이시스템은 같은 기간 46억달러에서 86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스마트축산 도입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축사 규모가 각각 다르고 소규모 농가에 표준화를 곧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일반적인 스마트축산 도입은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규모화된 전업농가와 전업 미만의 소규모 농가로 이원화돼 스마트팜 도입시 규모에 따른 기대효과의 차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산전업농가는 소 50두 이상, 돼지 1000두 이상, 닭 3만수 이상으로 202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농가수 대비 한우 21%, 젖소 58.3%, 돼지 54.2%, 닭은 73%다. 이에 따라 국내 축산업 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스마트축사 모델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 핵심 과제로 스마트축산 패키지 보급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원 예산은 100억원 규모로 축산농가 5곳 이상과 협업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스마트축산장비와 그 운영에 관한 솔루션을 일괄 제공 가능한 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축산농가가 처한 현실적 과제를 농가 입장에서 해법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가장 최적화한 스마트축산 혁신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병홍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축산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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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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