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완용' 신원식 파면하라"

2023-12-29 10:23:25 게재

국방부 정신전력교재 파문 일파만파 … 장관 문책론에 책임전가 조짐

"국방부의 장병 교육용 자재 지도에 독도가 사라졌다는 보도입니다.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독도는 우리땅이 아니면 누구네 땅입니까. 제2의 이완용은 누구입니까. 아직 배포되지 않았다면 즉각 파기하고 만약 배포되었다면 즉각 회수 파기바랍니다. 제2의 이완용 신원식 국방장관을 파면하고 윗선 보고 여부 등 수사를 강력 촉구합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외교관,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이 모여 만든 연구단체인 한일평화포럼도 이날 성명을 통해 "독도 영토주권을 팽개친 국방부 장관을 당장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포럼은 성명에서 "국방부가 최근 새로 발간한 장병용 정신교육 교재에 대한민국 고유영토인 독도를 '분쟁지'로 표현했다. 국기를 흔드는 경악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독도를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열도), 북방 4개 섬과 똑같이 '분쟁 중'인 지역으로 표기한 국방부 교재는 이런 정부의 일관된 방침을 부정하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호시탐탐 독도의 영유권 침탈을 꾀하는 일본의 야욕에 문을 열어주는 주권 포기의 반란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영토 주권을 최일선에서 수호해야 할 국방부의 경악할 매국 친일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신원식 국방장관을 당장 파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서 "이런 우리의 최소한의 요구를 묵살한다면 윤 대통령도 이런 국방부의 매국 행위에 동조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국방부가 5년 만에 새로 발간해 일선 부대에 배포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둘러싼 파문이 심상찮다. 독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일관된 방침을 뒤집어 마치 독도가 다른 나라의 영토분쟁지역과 비슷하게 기술한 점이나 한반도 지도를 11번이나 사용하면서 독도를 단 한 차례도 표기하지 않고 삭제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공감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교재에서 국방부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이는 독도를 센카쿠, 쿠릴열도와 같은 영토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한 것으로 독도와 관련한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에 반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독도는 역사적·지리적 그리고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라며 "독도는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도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임 대변인은 해당 교재를 작성할 때 외교부와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부처 간의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해 국방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나 의견조율도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지자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그 기술을 보면 주어가 '이들 국가'(한반도 주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라며 "주변 국가들이 영토에 대해 여러 주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우리나라가 독도를 영토분쟁(지역)으로 인식한다는 기술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직접 질타하는 등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국방부는 갑자기 태세를 전환했다.

28일 오후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기술된 내용 중 독도영토 분쟁문제, 독도 미표기 등 중요한 표현상의 문제점이 식별되어 이를 전량 회수하고 집필과정에 있었던 문제점들은 감사 조치 등을 통해 신속하게 조치하겠다"면서 "교재를 준비하는 과정에 치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교재를 보완해서 장병들이 올바르고 확고한 정신무장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장관도 이날 오후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은 정부 입장이라는 게 일반 국민은 깊이 모르더라도 공직자라면 독도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에 말려 들면 안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면서 "제가 꼼꼼히 살피지 못한데 대해 (대통령께) 사과드렸다. 제가 전량 회수하겠다고 해서 차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발간이 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사과하겠다. 장병의 올바른 정신전력 위해서 회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장관이 내놓은 해법은 회수와 재감수 등이 전부다. 어떻게 책임질지는 물론, 대국민 사과도 없다. 자칫 감사를 통해 논란의 책임을 교재 편찬 실무자들에게 전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더구나 교재에서는 독도 분쟁지역 표기와 지도 누락뿐 아니라 한일 역사문제 관련 기술 삭제, 이승만 긍정적 측면만 부각 등 정치적, 이념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단지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킬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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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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