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한 탄도미사일로 우크라 공격"

2024-01-05 10:32:12 게재

미 백악관, 최신 정보 공개 … 김정은, ICBM 발사대차 공장 현지지도

러시아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수십발의 탄도 미사일을 제공받았으며, 그중 일부를 이미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고 미국 정부가 4일(현지시간)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탄도 미사일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실제로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최소 1발의 북한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으며, 올해 들어 지난 2일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야간공습 등에 여러 발의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커비 조정관에 따르면 12월 30일 발사된 미사일은 자포리자 지역의 노지에 떨어진 것으로 보이며, 2일 발사된 미사일의 영향은 현재 평가 중이다. NS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쏜 북한산 탄도 미사일의 탄착 지점을 표시한 설명자료도 공개했다.

자료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하기 전에 이뤄진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도 포함됐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고, 무고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죽이기 위해 북한 미사일을 추가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들 북한산 탄도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약 900km에 달한다"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 대가로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와 재료, 기타 첨단기술 등을 받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우려스러운 안보상 함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북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사용되면서 성능과 살상력을 실전 테스트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북한이 빈번하게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지만 실전에서 쓸 일은 없었는데 러시아를 통해 우크라이나 공격에 직접 활용함으로써 미사일 역량 고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확인된 자국산 탄도미사일의 실전 능력을 통해 결함이나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미사일의 성능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럴 경우 한국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지금보다 한층 더 커지는 결과로 귀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 탄도미사일의 성능에 만족했다면 북한과의 관련 거래를 계속하는 것은 물론 북한산 미사일을 전세계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를 높여줄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25∼2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때를 전후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군수품을 대량 이전한 것으로 한미의 관련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또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13일 정상회담을 한 이후 북한의 대러시아 군수품 공급은 계속됐고, 반대급부로 북한이 러시아의 위성 발사 기술을 획득해 지난달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북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에 사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 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전술미사일 발사대차 생산공장을 시찰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ICBM을 쏠 때 쓰는 대형 발사대차 공장을 둘러보며 무력 공개 수위를 높였다.

북한이 보도한 사진에는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이동식 발사대(TEL)가 포착됐고, 액체연료 ICBM 화성-17형 용으로 추정되는 발사대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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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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