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대만 대선, 막판까지 안갯속

2024-01-12 11:00:18 게재

독립·친미 민진당 대 친중 국민당 격돌 … 향후 미중 관계에 중요한 변수

지구촌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24년 첫 번째 중요 선거가 될 대만 총통 선거(대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대만 선거는 미중관계의 핵심 이슈인 만큼 선거 결과에 따른 미중 전략경쟁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만 한 정당 지지자들이 10일 지룽에서 열린 선거 유세 중 청천백일만지홍기(청천백일기)와 자당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민중당 커원저 후보 등 3명이 출마했다. 지룽 AFP=연합뉴스


대만에서는 13일 최고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총선)가 동시에 치러진다. 시민이 직접 뽑는 대만의 총통 선거는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선거가 코앞까지 왔지만 여야 모두 함부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만큼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3일) 전날까지 결과를 볼 때 독립·친미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 박빙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후보들은 마지막인 12일까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총력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는 이날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시에서, 제3 후보인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타이베이 총통부 앞 거리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인다.

이번 총통 선거는 '미중 대리전'으로 불릴 만큼 지정학적인 관심이 높다. 유력 후보간에도 뚜렷한 성향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번 선거를 전쟁과 평화의 선택으로 규정하고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해협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도 연일 펼쳤다.

친중 성향의 허우 후보도 그간 유세에서 "민진당에 투표하면 양안(중국과 대만) 간 평화가 없다"며 "모든 청년들이 전쟁터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원한다면 라이 후보에게, 평화를 원한다면 허우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데 반해 미국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선거를 지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집권 민진당을 지원 사격해 왔다.

라이 후보는 "공산당을 수용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한다는 입장인 국민당이 집권하면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며 "주권이 없는 평화는 홍콩과 같은 거짓 평화"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중간 대결이 첨예한 상황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8년 주기 정권 교체' 흐름을 깨고 민진당이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할 경우 중국의 대만을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며, 국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영향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최근 중국과 대만은 대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11일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에 따르면 천빈화 대변인이 전날 밤 발표한 논평에서 "이른바 차이잉원 노선은 대만 독립 노선이자 대항 노선으로, 대만의 전쟁 위험과 사회 대립의 화근"이라며 "차이잉원 노선을 잇는 것은 대만을 평화와 번영에서 멀어지게 하고 전쟁과 쇠퇴에 가깝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 동포들이 민진당 독립노선의 위험성과 라이칭더에 의한 양안 대립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 번영과 발전의 국면을 창조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만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국제사회의 의혹과 반감을 깨닫지 못하고 대만 민중의 반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소위 말하는 '전쟁과 평화의 선택'으로 협박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공공연하게 선거에 개입하는 난폭한 행위는 양안 관계와 지역발전에 긴장과 대립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양당이 중국 위협과 안보 문제로 격돌하는 동안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2030 젊은 층을 파고들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총통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젊은층 인기에 힘입어 향후 입법위원 수를 늘릴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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