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파장 … "미중 주도권 싸움 세질 것"

2024-01-15 10:31:53 게재

친미·독립 라이칭더 당선

양안·미중 긴장고조 예상

대만해협 주도권을 놓고 힘 겨루기를 하던 미·중의 대리전 성격을 띠었던 13일 대만 대선에서 친미·독립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대만 유권자들이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한 총통 선거 결과가 글로벌 안보와 경제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득표율 40.05%(558만표)로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득표율 33.49%·467만표), 제2야당인 중도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득표율 26.46%·369만표)를 제치고 승리했다.

민진당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는 113석 중 51석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국민당이 52석, 민중당이 8석, 무소속이 2석을 가져가 여소야대가 됐다.

민생을 공략해 2030 유권자들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은 커원저 총통 후보 인기에 힘입어 민중당이 8석을 획득, 양당 구도에 균열을 내며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지구촌 첫 대선에서 대만이 민주진영의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며 "대만이 전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자극하는 일을 피했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미국과 대만 관계는 경제와 문화, 대인 교류 등 다방면에 걸쳐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선거 이튿날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를 통해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이 대만을 비공식 방문할 예정이라며 발 빠른 행보에 나섰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파견하는 대표단으로, 대만 내 주요 지도자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 대변인은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국무부의 성명 발표를 두고 "중국 대만 지역 선거에 성명을 발표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히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전문가들과 미 언론은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갈등의 파고가 더 높아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양안(중국과 대만)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벼랑끝 전술과 긴장이 지속되고, 필시 더욱 심해질 것임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켄턴 티보 애틀랜틱카운슬 디지털포렌식연구소 중국 선임연구원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경제적 강압, 안보영역 긴장 고조, 미국과 민진당이 아태 지역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서사의 전략적 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는 2024년 첫 번째의 지정학적 분수령이 될 것이며, 미국과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둘러싼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은 경제 악화가 발등의 불이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두개의 전쟁' 때문에 중국과 대결에 집중할 형편이 아닌 데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가 '관리모드'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대결이 당장 격화하지는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블링컨 장관이 대만 선거일 하루 전 워싱턴 D.C.에서 중국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회동한 걸 두고 이런 분석이 나온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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