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후티 반군에 세 번째 공격

2024-01-17 10:32:57 게재

후티는 민간선박에 미사일

홍해를 오가는 선박들을 위협하고 있는 후티 반군에 대해 미국은 세 번째 공격을 감행했지만 후티 반군은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후티 반군에 대해 몇 차례의 추가적인 저강도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며 "오늘 발사 태세를 갖춘 예멘 반군의 탄도 미사일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미 중부사령부 발표를 근거로 이날 상선 공격 준비를 갖춘 4기의 미사일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11일 영국과 함께 호주, 바레인, 캐나다 등 동맹의 지원을 받아 홍해에서 상선 활동을 공격해 온 후티 반군 본거지를 공습했고, 14일에도 홍해에서 미군함을 향해 날아오는 후티 반군의 순항 미사일을 격추시킨 바 있다.

미국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선들을 공격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여러 차례 경고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자칫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중동전역으로 확대시킬 가능성 있는 것으로 우려한다. 커비 조정관이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으며, 확전을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후티에게는 무모한 공격을 중단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상황이 미 행정부에 딜레마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티 방공망, 무기 창고, 미사일 및 드론 발사 및 생산 시설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을 명령할 수 있지만 그 경우 전쟁이 더욱 확대될 위험이 있다. 반면 지금과 같은 제한적 공습으로는 홍해를 운행하는 선박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커비 조정관은 "이 같은 공격이 상대의 공격 능력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미국은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하는 데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미국의 후티 첫 공습 직후인 12일 기자들과 만나 "만약 그들이 잔악무도한 일을 이어간다면, 우리는 후티에 확실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난처한 입장을 비웃듯 미군의 거듭된 공격에도 후티의 공습은 여전하다.

16일 AFP 통신에 따르면 홍해 남쪽 예멘 앞바다에서 그리스 화물선이 후티의 미사일에 맞았다. 영국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 대변인은 "몰타 선적의 그리스 소유 벌크선이 홍해 남쪽에서 북상 중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암브레이는 이 선박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전력이 있으며 화물을 싣지 않고 수에즈 운하로 향하다가 피격 뒤 항로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당국은 공격받은 화물선 선명은 '조그라피아호'로, 우크라이나인 20명과 필리핀인 3명, 조지아인 1명이 승선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후티는 성명을 통해 "우리 해군이 반복적으로 사격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선박이 응답을 거부했다"며 "이에 선박을 목표로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며 공습을 인정했다.

후티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이 지난 12∼13일 후티 근거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고, 후티는 전방위 보복을 경고했다. 실제로 후티는 14일 홍해 남부에 있던 미군 구축함 라분호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고, 15일에는 미국 회사 소유 벌크선을 지대함 탄도 미사일로 공격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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