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이란-서방 충돌 격화와 우리의 대응

2024-01-18 11:56:03 게재
이란이 이라크 북부의 '이스라엘 모사드 첩보시설'을 폭파하는 등 이라크와 파키스탄 등지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로 향하던 이란의 무기를 미국이 압수하는 등 이스라엘과 하마드 간 가자지구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중동사태가 이렇게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미국 교통부는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미국 상선의 홍해 운항을 무기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영국계 석유메이저인 로얄 더치셸도 홍해 항로 운항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반군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자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선박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개시했다. 그러자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고심 끝에 후티반군 근거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고 후티는 전방위 보복을 선언하면서 미 구축함과 벌크선에 이어 그리스 화물선을 공격하는 등 홍해에서의 공격을 강화했다. 이에 대응해 연합군이 다시 예멘 중부 알바이다주를 공습하는 한편 민간선박 탸격 준비를 하고 있던 후티의 지대함 탄도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등 추가 무력 대응에 나섰다.

수에즈운하 항로 위기,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이어져

문제는 미국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이 홍해를 항행하는 민간선박 보호를 위해 군사작전을 강화하고 있지만 홍해 항로가 안전과 더 멀어지고 있으며 이란의 이번 직접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직접적인 충돌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란은 지금까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이라크 시아파민병대 등의 '대리군'을 통해 이스라엘과 간접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란은 이번에 전면에 나섰다. 아랍권의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은 그간 역내 긴장과 거리를 둬 왔지만 이번에 직접 공격에 나서면서 한단계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확전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수에즈운하 항로를 둘러싼 위기는 해상운임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는 세계 10대 해운사 중 9곳이 홍해 항로 이용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하면서 부품을 제 때 공급받지 못하게 되자 독일 베를린 외곽 그륀하이데 공장 가동을 오는 29일부터 2주일 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저장지리자동차 소속인 볼보 역시 벨기에 겐트 공장 생산을 사흘 동안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구업체 이케아와 신발브랜드 크록스 등도 2주 넘는 배송 지연을 소비자들에게 통보했다.

세계 물류 동맥인 홍해 항로가 막힌 데 이어 이젠 호르무즈해협에서도 폐쇄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지난해 말까지 완만한 내림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대부분의 원유 수송을 호르무즈해협에 의존하고 있어 리스크가 커질 위험이 여전하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힌다면 돈을 주고도 원유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운하는 전세계 물동량의 약 12%,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한다. 한국 무역 물동량도 약 16%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이 최단 거리 항로를 이용한다. 또 이란이 최근 미국 유조선을 나포한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로 한국은 원유의 72%를 이곳을 통해 들여온다.

원유 수입량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지하는 우리에겐 중동분쟁이 치명적이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항로 우회로 인한 운송 지연과 공급망 혼란이 심화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연되고 이제 겨우 회복되기 시작한 수출이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특히 지난해 약 89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유럽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체감경기 악화된 상태에서 회복 시작한 수출 타격 우려

한국 경제는 고물가와 과다한 가계부채로 소비여력이 고갈되고 체감경기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정세 불안과 고금리로 인해 투자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내수가 최악이다. 특히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등장, 바닥을 기고 있다.

현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기업의 개별적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중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기업들과의 공조체계를 통해 빈틈없는 공급망 확보와 다변화, 수출기업에 대한 물류지원 등 전방위적 선제대응에 총력을 다해야 하겠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