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조짐, 재계 긴축경영

2024-01-19 11:12:08 게재

글로벌 금융계 "금리인하 신중해야" 잇달아 경고

증시·환율 출렁 … 삼성 등 대기업 긴축경영 돌입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주요 금융 인사들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이 잇따라 시장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에 경고음을 보냈다.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주요국 증시는 하락하고 채권금리는 치솟으며 환율시장도 요동쳤다. 국내외 주요 대기업들은 긴축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금리인하에 조금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며 "금융 리스크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2년간 미국 경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임금과 식량, 에너지 등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고착화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기타 고피너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보면 아직도 매우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는 않다"며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조금 과하다"고 말했다.

존 월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미 연준 위원들 또한 이번주에 금융시장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를 낮추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이들은 연내 금리인하는 필요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이에 글로벌 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며 코스피는 이번 주 25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1346원선까지 올라가는 등 휘청거렸다.

한편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유로존 기업들의 파산 건수가 2015년 이후 8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기업여신 연체율 및 부도율이 증가하면서 연쇄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평가 대상 업체 중에서 지난해 디폴트 기업은 159개사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많았다. 무디스는 "주요국들의 금리인하 속도는 금리인상기보다 더 완만할 것"이라며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금리 장기화는 기업에겐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내수반등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을 키우는 악재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지난주 약 1000명의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이번주에도 수백명을 해고했다. 삼성전자는 9년 만에 반도체 부문 임원 임금을 동결하면서 긴축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4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임원급 복리후생비와 활동비를 절반으로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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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김영숙 범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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