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지하상가 상인, 관리·운영권 놓고 충돌

2024-01-19 10:56:26 게재

시 "시설관리공단 이관"

상인, 집단 삭발 등 반발

대전시와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상인들이 지하상가 관리·운영권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계약이 만료된 만큼 시 시설관리공단으로 관리·운영권을 이관하겠다는 대전시와 수십년간 상권을 가꾸고 키워온 만큼 협의 없이 일방적인 이관은 절대 안된다는 상인측의 주장이 팽팽하다.

19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상인들은 최근 집단 삭발식을 개최하는 등 반발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중앙로 지하상가는 점포수만 600여개로 대전시 대표적인 지하 상가다.

양측의 마찰은 지난해 말 대전시가 상인들에게 "계약 종료시점인 2024년 7월 6일자로 중앙로지하도상가 관리·운영권을 시 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시작했다.

대전시는 중앙로지하도상가 관리·운영권이 무상사용 20년, 유상사용 10년이 지난 만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이관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법에서 보장한 사용권은 30년을 넘을 수 없다"며 "연장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관을 받은 후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대전시민의 재산인 만큼 대전시민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상인들은 수십년간 운영해온 점포를 한 순간에 잃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십년간 자신들이 가꿔온 상가를 일방적으로 넘겨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유수환 중앙로 지하상가 운영위원회 회장은 "대통령상을 2번이나 받을 정도로 전국에서도 모범적으로 가꾸고 키워온 지하상가에 법의 잣대만 들이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노점상에게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은 "2019년 연장 협약서에 따르면 양측이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대전시가 일방적으로 통보만 했다"며 "한마디로 상인들은 날벼락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중앙로 지하상가는 A건설사가 1994년 건설하고 운영했다. 20년 동안 무상사용한 후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돌연 A건설사가 1997년 파산하면서 일이 꼬였다. 결국 당시 대전시와 상인회는 상인회 조직인 운영위원회가 지하상가를 관리·운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후 지하상가는 무상사용이 끝나는 2014년 유상사용으로 전환한 후 5년 마다 연장 계약을 맺어왔다. 그 마지막 해가 2024년이다.

일단 상인들은 올해 7월로 만료되는 관리·운영권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21조 '재난으로 피해를 본 경우엔 지자체 단체장이 사용허가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서다. 유수환 회장은 "2020년부터 시작한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곳이 지하상가"라며 "당연히 이 조항에 근거해 앞으로 5년을 연장하고 그동안 이관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전시는 이 사안은 관련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서로의 입장이 다른 만큼 중앙부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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