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수감' 태국 탁신 전총리, 다음달 풀려날 듯

2024-01-19 10:40:44 게재

다음달 가석방 유력

수감된 지 6개월만

해외 도피 15년 만에 귀국해 '병원 수감생활'을 해온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석방이 가시화되고 있다.

18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사법당국은 탁신 전 총리가 남은 형기를 집에서 보낼 수 있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고 전날 밝혔다.

싯티 수띠웡 교정국 부국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새로운 규정에 따라 탁신이 가석방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교정국은 재소자들이 교도소 외부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새 규정을 지난달 도입했다. 70세 이상, 장애인, 심각한 지병을 가진 자 등 조건을 충족하는 재소자는 외부 주택이나 건물 등에서 수감생활을 할 수 있다.

당국은 교도소 과밀화 완화와 환자 치료 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서는 탁신을 위한 '맞춤 규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규정에 따르면 형기의 최소 3분의 1을 복역한 재소자는 가택연금 대상이 된다. 이미 5개월 가까이 '병원 수감생활'을 한 탁신은 집으로 돌아갈 자격을 갖춘 셈이다.

새 규정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탁신의 2월 가석방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교정 당국은 앞서 "70세 이상 고령이거나 지병이 있는 수감자는 6개월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 자격을 얻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음 달 말이면 탁신은 수감된 지 6개월이 된다.

결국 탁신은 교도소에서 하루도 보내지 않고 사실상 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2001∼2006년 총리를 지낸 탁신은 쿠데타로 축출된 뒤 부패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되자 2008년 판결을 앞두고 출국했다. 해외 도피 생활을 해온 탁신은 자신의 세력인 프아타이당의 세타 타위신이 총리로 선출된 작년 8월 22일 귀국했다.

부패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탁신은 지난해 8월 22일 15년 만에 귀국해 법원에서 8년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수감됐으나, 당일 밤 건강 이상을 이유로 경찰병원으로 이송돼 특혜 논란이 일었다. 왕실 사면으로 형량이 1년으로 줄어든 데다, 에어컨과 소파 등을 갖춘 VIP 병실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화 수감' 논란이 불거졌다.

야권과 시민단체 등은 VIP 병실 장기 입원이 특혜라고 비판하면서 의료기록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당국은 사생활과 인권 보호 등을 들어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탁신이 병원에도 없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반대파들은 당국이 탁신을 '수감자'라고 칭하지 않는 점도 특별대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태국 교정국은 지난 16일 탁신 전 총리를 '수감자'로 칭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교정국은 실제로 교도소에 있는 범죄자만 수감자로 언급한다며, 이 관행은 교정법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도소 외부에서는 죄수를 부를 때 수감자라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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