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위해 '두 국가 체제'가 유일 해법"

2024-01-23 10:36:50 게재

미·서방 이스라엘 압박

네타냐후 몽니에 골머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종식하고 가자지구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유일한 길은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개 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이라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거듭 주장했다. 집단학살로 불릴 만큼 엄청난 피해를 부르고 있는 가자참상을 하루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목소리다.

하지만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휴전협상이나 전쟁 이후에 대한 계획도 이견이 분분하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미국과 유럽연합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평화와 안정을 구축할 수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두 국가 해법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가자지구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두 국가 해법을 "외부로부터 도입하는 것"이라며 국제회의를 포함한 "포괄적 접근방식"을 회원국 외무장관들에게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각국 외무장관들도 두 국가 해법과 즉각 휴전, 인질 석방을 주장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그런 해법을 듣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은 모두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신속한 휴전, 정치적차원에서는 두 국가 해법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영토에 우리 국민 세 명이 억류된 상황에서 인질 석방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U는 이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외무장관과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브뤼셀로 초청해 연쇄 회담을 하고 가자지구 종전과 평화 정착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미국 백악관도 두 국가 해법을 거듭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2일 브리핑에서 두 국가 해법에는 타협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은 거기(2국가 해법)에 도달하는 길이 있다고 믿으며,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국교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수교 방안을 논의해왔으나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의한 전쟁 발발 이후 관련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아랍 국가들도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5개 아랍 국가가 이스라엘에 제안할 중재안의 골격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재안의 최종 목표는 '두국가 해법'으로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가 세워질 경우 이스라엘과 수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우파 연정이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 강하게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아랍 국가들은 추가로 가자지구의 관리에 대한 협조 방안을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 국가들은 직접 병력을 파견하지는 않더라도 팔레스타인 경찰 훈련을 주도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치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관여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