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있는 한 가자전쟁 안 끝나"

2024-01-24 10:31:55 게재

바라크 전 총리 인터뷰서 직격 … 유엔 사무총장 "2국가 해법이 해결책"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비판이 이스라엘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과 아랍권 등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휴전협상이나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개 국가로 공존하는 방안)마저 거부하면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본인의 권력유지를 위해 상황을 의도적으로 나쁜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시위대가 23일 이스라엘 북부 모샤브 엘리펠레의 라맛 초라짐 학교 밖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물러나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가자지구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곧바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네타냐후가 취약해진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이스라엘은 "앞으로 수년 동안 가자지구의 진흙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 초대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이나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 같은 지도자들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권력의 정점에 섰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을 위한 개인적 헌신을 이유로 그렇게 하고 있다. 신의 이름으로, 물러나라"고 일갈했다.

2차 세계대전 초기 오판을 거듭한 네빌 체임벌린 당시 영국 총리를 향해 1940년 같은 보수당 상원의원인 레오폴드 에이머리가 한 연설을 인용한 것이다.

바라크 전 총리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연정 내 극우 정치인들을 미국 1.6 의회폭동을 주도한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에 비유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이들에게 발목을 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우 장관들을 '미친놈들'이라고 칭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들의 인질이 됐다"고 말했다.

국방장관을 역임한 바라크 전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내세운 '하마스 제거'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력과 통치능력을 파괴하지 않으면 승리를 선언할 수 없지만, 하마스 입장에서는 그저 살아남기만 해도 이기게 된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죽여도 그들(하마스)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자지구 전쟁이 100일 넘게 이어지면서 이스라엘이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정치적 지도력이 사라졌고, 전반적인 전쟁 운영에 공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해법으로는 미국 등 우방이 등을 돌리기 전에 총선을 치러 네타냐후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시간이 촉박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두 시계가 다른 속도로 똑딱이고 있는데 정당성이라는 시계는 빠르게 가는 반면 목표 달성의 시계는 매우 느리게 간다"면서 "둘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고위 사령부의 기본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도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2국가 해법을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에 힘을 실어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문제 의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이스라엘의 점령은 끝나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특히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가 지난주 2국가 해법을 두고 명백하고도 반복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 같은 발언은 여기 안보리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스라엘 우방국들의 강력한 호소가 있었음에도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군이 작전 수행 중 팔레스타인인들을 비인도주의적으로 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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