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업

"문화산업에 공정 유통 체계 확립돼야"

2024-01-25 11:06:04 게재

2020년 문화산업공정유통법 발의 후 국회 계류 중 … "부처 간 협의 중·웹툰산업 등 의견듣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콘텐츠 관련 국정과제인 '장르별 공정환경 조성'의 핵심 사항으로 추진해온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2020년 발의된 이후 25일 기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통과되고 문화산업에 공정한 유통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열린 '콘텐츠 IP 마켓'.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영세기업 창작자 보호 =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문화산업에서 다양한 불공정 행위들이 발생하는 가운데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을 통해 문화다양성을 증진하고 문화상품의 창작 및 제작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우리나라의 콘텐츠산업은 날로 성장하는 가운데 2022년 기준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150조4000억원으로 2021년 137조5000억원 대비 9.4% 증가했다. 또한, 2022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32억4000만달러로 전년 124억5000만달러 대비 6.3% 증가했다.

그러나 산업 규모에 비해 개별 콘텐츠기업의 매출액 규모는 영세한 편이다. 2022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2021년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은 9만5878개이며 매출액 10억원 이상 기업은 1만2717개로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정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의 제안이유에 따르면 "매출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콘텐츠기업은 단 11%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액의 89.3%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로 인해 다양한 불공정 거래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작가 등 창작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기도 하다. 지난해 '검정고무신'의 작가 고 이우영씨가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을 벌이던 중 별세한 일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문체부는 자료를 통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및 제도적 대책을 강화한다"면서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계류 중인 제정안이 올해 상반기 중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화산업이라는 특수한 분야 고려 =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문화상품사업자 간 상생협력 및 상생협약 △표준계약서 제정 및 보급 △금지행위 △시정명령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금지행위의 경우, 10가지 불공정행위를 명시해 금지하고 있다. 예컨대 '제작방향의 변경, 제작인력의 지정 및 교체 등 제작활동 방해 행위'는 금지행위 중 하나다. 투자배급사 방송사 등이 공동제작이 아닌 경우에도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의 감독 권한 등을 침해해 제작에 개입하는 경우를 뜻한다.

'판매촉진 비용 및 가격할인 비용을 제작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 '판매순위를 왜곡시킬 목적으로 스스로 제작 또는 유통하는 문화상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구매하게 하는 향위' '실제 소요되는 비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가를 정하는 행위' '지식재산권의 양도를 강제하거나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지식재산권의 사용으로 인한 수익을 분배하는 행위' 등이 금지행위에 포함된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쳐 왔으며 문화산업 분야의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필요성을 인정받아왔다. 황승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문화산업은 불공정 유형이 복잡하고 다른 산업과 다른 특이한 요소들이 많다"면서 "공정한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공정거래법만으로 포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 중 국내 대표적인 출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지난해 말 자료를 내고 문화산업공정유통법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출협은 자료를 통해 "출협은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의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한다"면서 "판매 촉진비 및 가격 할인 등의 비용 전가는 창작자와 출판사에 불리하다"고 밝혔다.

◆방통위와 협의 중 =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발의한 지 3년이 지나도록 계류 중인 이유는 방통위 등 다른 부처와의 이견 때문이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지난해 문체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심사위원회(법사위)로 넘어갔으나 법사위에서 문체위로 환송됐다. 소관 부처인 문체부와 다른 부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 등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이 이유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 검토보고서와 문체위 회의록 등에 따르면 방통위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문화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법률안으로 전기통신사업자 및 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 중복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으로 문체부가 지속적으로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다. 부처 간 이견으로 인해 국무조정실에서 부처 간 협의를 진행했으며 조정된 법률안을 두고 문체부 방통위 등이 다시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웹툰산업계 등에서 문화산업공정유통법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업계 의견 수렴도 좀 더 진행돼야 하는 모양새다. 한국웹툰산업협회 등은 12일 문화산업공정유통법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웹툰산업계는 성명서에서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취지에 맞는 기능을 하기 위해 크게는 모든 문화산업 구성원의 의견이 취합되고 반영돼야 하고 직접적으로는 웹툰산업에 속한 작가와 기업, 연구자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세밀하게 반영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14일 자료를 통해 장르별 특수성을 반영한 불공정행위의 세부 기준 등은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으며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산업, 초기 관행 바로잡아야" = 전문가들은 문화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 교수는 "문화산업은 인력을 고용해 서비스를 창출하는 일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복잡한 인간관계 안에 있으며 기술 친화적이라 대형 플랫폼과도 관련이 있다"면서 "문화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 종사자들의 권리 의식도 높아진 만큼 문화산업이 더 발전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과거 초기 관행을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부처 간 협의 중"이라면서 "그간 대표적 협회와 단체들을 만나 의견을 조율해 왔으며 웹툰산업 등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서 관계 부처 간 조정 작업을 하고 있으며 세부 조문 작업 등에 대해 부처 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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