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북, 몇달내 한국에 군사행동 가능성"

2024-01-26 10:37:57 게재

전현직 관리·전문가들 우려

"연평도포격 이상 갈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에 대한 적대정책 전환과 연이은 무력 시위 이후 미국 전현직 관리들 사이에서 북한의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 "적대적 노선으로 (대남)정책을 변경한 이후 북한이 향후 몇 달 내에 한국에 대해 치명적인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들 관리들은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 수위가 한층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생할 임박한 위험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확전을 피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유사한 예로 북한의 2010년 연평도 포격을 거론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 포럼에서 "북한이 매우 부정적인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가장 최근인 지난 24일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을 첫 시험 발사했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규정했다.

이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을 북한의 헌법에서 삭제하고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한다는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진 H. 리 호놀룰루 동서센터 연구원은 "이번 선언과 정책 변화는 불안정을 야기하고 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김 위원장이 서해나 황해 같은 지역에서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NYT는 "또다른 북한 전문가 두명은 이달 기고문에서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가 남침을 결정한 1950년 6월 초 이후 한반도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저자들이 최근 김 위원장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전쟁을 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했고, 미 정부 분석가들과 정책입안자들도 이를 읽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 정부 기관들이 북한이 전투나 대규모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 징후는 감지하지 못했다고 신문은 밝혔다.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회장도 이날 포럼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2010년 연평도 포격을 훨씬 뛰어넘는 공격을 할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면서 "우리는 김정은이 충격적인 물리적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자제시키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과 관련, NYT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한계가 있고,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는 움직임 때문에 그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의 연구 단체인 중국과 세계화 센터의 왕후이야오 소장은 전반적인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면서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은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기된다. 스탠퍼드대학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최근 김 위원장의 전쟁 준비와 관련한 기고문에서 북한이 50~6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들 대부분은 농축 우라늄이라고 지적했다.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수십년간 지속된 북미관계 정상화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고 지적하며 "상황이 얼마나 우려스럽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고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면서 북한은 기습 공격을 선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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