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필수의약품인데 지난해 81품목 공급 중단

2024-01-26 11:40:56 게재

미허가 품목 22.7%, 미유통 27.5% … "안정 공급을 위해 종합 대책 마련 필요"

지난해 국가필수의약품 가운데 81품목이 공급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필수의약품은 약사법상 '질병관리, 방사능 방재 등 보건의료상 필수적이지만 시장기능으로만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말하며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이 지정한다.
"소아청소년 중증질환 필수의약품 품절 대안 마련해야" |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6월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소아 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 촉구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뇌전증 발작 억제 유지약, 성조숙증 필수 진단 시약 등 중증 질환 약품을 비롯한 141개에 달하는 소아청소년 필수의약품이 품절돼 소아 청소년 치료에 치명적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26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따르면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448품목 가운데 102품목(22.7%)이 허가가 안됐고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경우가 123품목(27.5%)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해 공급중단 보고된 의약품 432건 가운데 국가필수의약품은 81품목(24.8%)였다.

안명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필수의약품지원본부 본부장은 "국내 허가가 없거나 유통되지 않는 국가필수의약품의 경우, 목록과 일치시킬 필요가 있으며 다빈도 의약품뿐만 아니라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중단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필수의약품 공급망을 안정적 확보하기 위해 우선 국가필수의약품의 선정기준 개선과 생산 장려, 수급불안정 대응체계 갖추기 등이 거론된다.

국내 필수의약품 목록은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목록을 참고해 선정됐다. 허가받지 않았거나 생산되지 않는 경우더라도 개념상 필수적인 의약품으로 포함하고 있다. WHO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초적인 의약품 리스트를 제공한 것에 중점을 뒀다. 이 때문에 개별국가가 필수의약품을 선정할 경우 각국 상황을 고려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대체약제가 있다는 이유로 진료상 꼭 필요하고 사용량이 많은 약제를 필수의약품에 포함하지 않은 약제가 많다. 감염병 유행이나 계절성 원인으로 사용량이 갑자기 급증하거나 원료의약품 수급이 어려울 경우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사용량이 많은 약제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선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소아 코감기약으로 많이 사용되는 슈도에페드린제제의 공급 불안정으로 인해 소아환자 진료가 원활하지 않았다. 대한약사회가 의약품을 균등 공급에 나서는 등 조치가 이뤄진 바 있다.

국가필수의약품 448종 가운데 수입의약품이 89종(19.9%)으로 공급 불안정성이 높다. 기업의 낮은 채산성으로 손해를 입으면서 생산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2022년 3개년간 공급이 중단된 의약품의 약 30%가 채산성 문제로 공급이 중단됐다. 원료의약품의 경우에는 2022년 국내 자급도가 11.9%로 전년도 24.4%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이는 원료의약품 자급도 통계가 공개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경우 제약사들의 생산 동기 부여를 위해 실효성 있는 약가인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허가·미생산 국가필수의약품의 연구개발과 생산 장려를 위해 신속허가, 허가자료 간소화,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등 적극적인 행정-재정적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도 세계적으로 원료의약품의 40%를 중국에, 대량의 벌크의약품 공급망을 해외 소수 제조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의약품 원료 및 기초 화학물질의 생산을 촉진하고자하는' 핵심의약품법을 추진하고 있다.

수급불안정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코로나19에 따른 해열진통제 등에 대한 안정공급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콧물약 등 다빈도 사용의약품 부족 상황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발한다.

의약품의 수급불안정과 관련해 '품절'은 생산·수입 외에 수요증가 등 유통차원의 문제로 이해될 수 있다. 반면 공급중단은 원료의약품 수급을 포함한 생산·수입의 문제로 인한 것이 문제가 대부분이다.

안 본부장은 24일 한국제약바이오제약협회가 발행한 이슈리포터에 게재한 '국가필수의약품 현황과 공급망 안정 방안'보고서에서 "품절약 위주 단기적 대책보다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소관부처를 명확하게 일원화하고 원료의약품 확보, 약가 조정,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제조역량 강화, 유통체계 모니터링 개선과 같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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