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호구역' 재산세 경감 규정 '합헌'

2024-01-29 11:03:25 게재

헌재 "신축·증축·개축 등 허가 필요 … 재산권 제약"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세제 혜택 제외는 차별 아냐"

문화재 보호구역에 있는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경감해주는 법 규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일부 재산권을 제약하는 대신 세제 혜택은 필요해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와 달리 문화재 보호구역으로부터 500m 안에 있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경우 감면 혜택에서 제외되더라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이종석 소장)는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55조 제2항 제1호(문화재보호법 제27조)에 대해 청구된 위헌소원 심판 사건을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거주하는 조 모씨 외 3명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4호 '안양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인접한 곳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토지는 문화재보호법과 경기도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단독주택·다세대주택 건축이 불가능해졌다.

만안구청장은 지난 2018년 9월 조씨 등이 소유한 토지를 지방세법에 따라 종합합산과세대상으로 구분하고 재산세 등을 청구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로 지정된 부동산은 재산세가 100% 면제되고, 보호구역에 있는 부동산은 재산세가 50% 감면된다. 하지만 보호구역으로부터 500m 안에 있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경우 감면 혜택에서 제외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지정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정하는 구역으로, 문화재의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서 시·도지사가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이를 조례로 정하도록 한다.

청구인들은 2018년 비슷한 성격의 '문화재 보호구역' 내 부동산의 재산세는 지방세특례제한법을 토대로 최소 50%를 깎아주지만 자신들의 토지가 묶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세제 혜택이 없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토지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부동산과 동일한 개발 제한 행위를 받고 있음에도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부동산 소유자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토지 소유자들을 차별,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된다는 취지였다.

헌재는 그러나 재산권 행사 제약 측면에서 "문화재 보호구역의 경우 건축물 신축, 증축, 개축 등 변경 행위에 대해 허가가 필요해 상당한 제약이 따르지만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있는 부동산은 보호구역에 있는 부동산과 비교해 건설공사 시행히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측면에서 재산권 행사 제한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보호구역은 문화재가 외부환경과 직접적 접촉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도록 문화재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문화재 주변 경관을 저해하는 요소들로 문화재 가치가 하락하지 않도록 주변 역사문화환경을 보존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취지와 목적이 다르다"고 차별이 아니라고 봤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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