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소멸 위기와 축산업의 역할

2024-02-01 00:00:00 게재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로 꼽히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 중 일부다. 시인이 유학시절에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이 시는 1970~1990년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온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명절이 다가오니 자연스레 고향 생각이 난다. 이제는 예전만큼 귀성객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방문할 수 있는 고향이 언제까지 남아있어 줄지 모를 일이 되었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발표한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2023년 12월 31일 기준 5133만 명으로 4년 연속 감소했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 격차는 약 70만명으로 계속 커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고(합계출산율 0.7%),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8.96%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지방소멸의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 계획을 확정했다. 올해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열기 위해 재정·행정·지역역량강화 지원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어떤 곳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고전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1751년에 쓴 ‘택리지’에는 크게 지리, 생리(경제), 인심, 산수(풍경) 4가지를 꼽는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수확량이 많고 토지가 비옥해 경제가 활성화된 곳’을 꼽았다는 점이다.

현재의 수도권의 인구 집중이 일자리에서 비롯된 점이란 걸 생각하면 예나 지금이나 인구 유입의 우선 조건은 먹고 살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래선지 각 지자체에서도 자체 사업개발을 통해 일자리나 안정적인 소득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곳이 많다. 그 중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토종닭 사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태백산맥 동북부에 자리한 영양군은 경북 내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청정지역이다. 인구는 16,000여 명으로 2021년 정부가 지정한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해 10월 영양군과 ‘농가 소득형 산란용 토종닭 품종 개발과 현장 보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품종 개발 연구 중인 산란용 토종닭 시험닭과 사육관리 등 기술을 지원하고, 영양군은 사육시설 등 기반을 구축하고 시험축의 사육 성적을 제공하기로 했다. 영양군은 청정 지역에서 사육하여 안전성과 신뢰도가 높은 토종닭 달걀을 생산·판매하여 지역민의 소득 창출원 다변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 이후 청년농업인이나 귀촌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특화 브랜드를 갖춰 토종닭 달걀 상품의 인지도를 높여나간다면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본다.

요즘엔 도심과 가까운 군청 소재지도 해가 지면 인적이 드물다고 한다. 지방소멸 위기가 더 크게 와 닿는 현시점에서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이 경제적인 부분이라면 농촌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는 축산업에서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영양군의 토종닭 사업이 성공 사례가 되어 관련 논의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