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자동차수출 기반 해운강자 노린다

2024-02-02 00:00:00 게재

MIT테크놀로지리뷰

“한국·일본 선례따라”

지난달 초 중국 북부의 한 항구에서 5000대가 넘는 전기차를 실은 거대한 선박이 출항했다. 5일 뒤 싱가포르를 통과한 이 선박은 현재 인도로 향하고 있다. 최종 목적지는 네덜란드 블리싱겐 항구와 독일 브레머하펜 항구다. 대부분의 자동차가 유럽에서 판매되기 때문이다. 이 선박의 이름은 비야디(BYD) 익스플로러 1호다. 이 선박은 BYD가 구축중인 대규모 선단 중 첫번째 배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지난 1월 31일 “글로벌 자동차 무역을 통해 해운사업을 구축하려는 BYD의 야망을 상징한다. BYD는 지난해 4분기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등극했다”고 전했다.

BYD는 합리적 가격대의 세단에서 고급 SUV까지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며 해외 수출물량을 늘리고 있다. 2022년 5만5000대였던 BYD 수출량은 지난해 24만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해외의 폭발적인 인기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무역을 넘어 해운업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달 10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에서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첫번째 해운 선박인 ‘BYD 익스플로러 1호’가 전기차 수출물량을 싣기 위해 정박중이다. 사진 AFP=연합뉴스

●자동차 운반선 부족 문제 = 일반적으로 자동차 수출에는 ‘롤온·롤오프(RORO)선박’이 이용된다. 크레인을 사용해 화물을 들어올려 싣는 선박과 달리, RORO선박은 주행 가능한 경사로를 갖추고 있어 전체 프로세스가 훨씬 간편하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RORO선박 공급이 달렸다. 오래된 선박이 퇴역한 반면, 2008년 금융위기와 업계 전반의 친환경연료 전환으로 신규주문이 감소하면서다. 또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해운사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자체 선박을 소유하고 있다. 닛산과 도요타 등은 각각 수만대의 자동차를 운반할 수 있는 RORO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자동차 운송 선박은 전세계 운송능력의 2.8%에 불과하다.

그 결과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RORO선박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급증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자동차 운반선 하루 임대(용선) 가격이 11만5000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가격 1만7000달러의 7배에 육박했다.

현재 자동차 운송에 대한 신규수요는 주로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다. 중국은 전통의 내연기관차, 전기자동차, 기가상하이 공장에서 제조한 테슬라 전기차 등 다양한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다. 운송능력 부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자체 운송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다.

BYD는 2022년 12월 정관 내 사업목적에 국제화물운송·선박관리 사업을 추가했다. 지난달 초 익스플로러 1호를 인도 받은 BYD는 향후 2년 동안 7척의 선박을 추가할 계획이다. BYD는 다른 중국 기업들에게도 이 선박들을 이용케 할 방침이다.

BYD뿐만이 아니다. 중국 국영 상하이자동차는 2023년 12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이 중 24%가 전기차였다. 상하이자동차는 2021년 RORO 해운 자회사를 설립했다. 7600대의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동종 최대 규모의 최신 RORO선박이 지난달 첫 출항했다. 이 선박 역시 BYD 익스플로러 1호와 마찬가지로 현재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해외경쟁력 더 높아져= 거대한 RORO선박을 건조하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해상운송 제국을 완성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은 공급부족 해결책으로 다른 유형의 화물용으로 설계된 선박을 용도변경하는 방법을 택했다.

특히 휴지와 종이, 책과 같은 용품의 원료인 목재펄프 운송선이 인기다. 중국은 남미로부터 수천톤의 목재펄프를 수입한다. 목재펄프 운반선은 중국에서 남미로 되돌아갈 때 빈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남미 수출이 늘면서 해운회사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중국코스코해운은 목재펄프 운반선에 자동차를 실을 수 있게 접이식 랙을 설계했다. 코스코해운은 지난해 7월 이 배에 2700여대의 자동차를 실어 브라질로 보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자체 선단을 보유하거나 중국 내 해운사로부터 선박을 용선하면 비용이 절감된다. 중국 자동차의 해외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두 나라를 해운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시킨 것처럼, 전기차 역시 중국을 해양분야의 강자로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