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손실 공포 확산

2024-02-02 00:00:00 게재

일본·유럽 은행 실적 충격에 주가 급락

아마존·메타·애플 ‘빅테크’는 깜짝 실적

미국의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대출 부실화로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발표한 후 주가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실적 악화를 발표한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발 손실 공포가 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 은행권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10면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NYCB 주식은 전날 40% 가까이 폭락한 데 이어 11.1% 급락한 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NYCB 주가는 이틀 새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작년 4분기 예상치 못한 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배당금의 대폭 삭감을 예고한 게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은행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사업 구조가 유사한 다른 지역은행들의 주가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웹스터파이낼셜(-4.7%) 시노버스파이낸셜(-4.41%) 밸리내셔널뱅코프(-6.9%)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4.7%) 등 다수의 주요 지역은행도 전날 급락한 데 이어 5% 안팎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NYCB를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려 투기 등급으로의 등급 하향을 예고했다. 무디스는 “뉴욕 오피스 및 공동주택 부동산 부문에서의 예상치 못한 손실, 이익감소, 자본금 감소, 시장성 자금조달 비중 증대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따른 은행권 실적 부진 소식은 일본과 유럽으로도 퍼졌다. 일본의 아오조라 은행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손실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전날 도쿄증시에서 20% 넘게 급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도 지난 분기에 상업용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1년 전보다 4배 많은 1억2300만유로를 쌓았다고 발표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따른 은행권 영향은 앞으로 지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경제조사회사 캐피탈 이코노믹은 “향후 수요 감소에 따른 공실 증가세 지속으로 미국 내 오피스 가치가 최고점 대비 최대 43% 하락할 것”이라며 “2020년 초에 기록한 최고점을 회복하는 데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미국의 1일 뉴욕증시 장 마감 후 아마존·메타·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은 예상치를 상회한 실적 발표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등했다. 메타의 주가는 실적 호조와 첫 배당 발표에 마감 후 거래에서 14% 이상 올랐다. 아마존도 시간 외 거래에서 6%가량 상승했다. 다만 애플은 예상치를 웃돈 실적을 내놨으나 중국매출이 13%가량 하락했다는 소식에 3% 이상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수선물이 나스닥의 경우, 2% 이상 급등하는 등 미증시가 추가 랠리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