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규제에 처리비보다 비싼 운반비로 고민”

2024-02-05 13:00:01 게재

태양광폐패널 재활용 발목

“태양광폐모듈(패널)이 전국적으로 배출되는데, 처리비보다 운반비가 더 많이 들어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합니다. 태양광폐패널이 부피가 크다 보니 운반해 올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 등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최근 한 업체에서 우리 회사에 5000장 정도 되는 태양광폐패널 재활용 처리를 문의했는데, 운반비만 약 3000만원이 들어서 고민을 하더군요. 이처럼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운 점은 한둘이 아닙니다.”

1월 29일 인천시 서구 봉수대로 183번길에서 만난 이상헌 원광에스앤티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원광에스앤티는 태양광 설계 및 시공 전문기업이자 태양광폐패널 재활용 사업을 한다. 지난해 매출액만 180억원, 직원 수는 40여명이다.

이 대표이사는 “태양광폐패널 재활용 시장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배출자가 적극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며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거점별 수거센터 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1월 29일 태양광폐패널 재활용 작업 중인 인천 서구 원광에스앤티 직원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결책 논의중” =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적으로 설치되어 온 태양광패널 사용기한(20~25년)이 끝나가면서 관련 재활용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폐패널 발생량(추정치)은 2023년 988톤, 2025년 1223톤, 2027년 2645톤, 2030년 6094톤, 2033년 2만8153톤 정도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환경연구원(KEI) 역시 2023년부터 태양광폐패널이 급격히 증가해 2030년에는 약 8만톤 이상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게다가 202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품목에 태양광 패널이 포함되면서 재활용 산업 육성은 필수가 됐다. EPR은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제조·수입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기대만큼 태양광폐패널 재활용 산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산업단지에 들어갈 수 없는 규제 장벽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산업단지에 들어갈 수 있는 업종에 재활용은 빠져있다.

1월 29일 환경부 관계자는 “태양광폐패널 재활용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 입지 규제 합리화 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 중”이라며 “업체들이 수출입 통관 시 등의 문제도 겪는 만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에 따라차이가 있지만 태양광패널은 백시트(back sheet) 위에 모듈 보호용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가 깔리고 그 위에 태양광전지 패널인 솔라셀(solar cell)이 장착된다. 솔라셀 위에 다시 EVA를 덮어 보호하고 강화유리와 알루미늄 프레임 등이 추가되는 식이다. 백시트는 잘게 잘라 시멘트, 제지사 조연제로 공급한다. 유리는 자동차용 원료 등으로 활용된다. 실리콘 구리 은 등으로 구성된 셀은 분쇄해 제련소(은 구리 주석 제련)에 공급한다.

◆해외시장 공략, 폐배터리 재활용도 확대 =

이 대표이사는 “태양광폐패널 재활용은 국내는 물론 호주 등 해외에서도 승산이 있다”며 “게다가 전기차 폐배터리의 경우 재활용 공정이 태양광폐페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해외 시장 개척은 물론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까지 진출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정KPMG의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는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 573억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를 셀 단위에서 분해한 뒤 코발트 리튬 등 희유금속을 추출해 신규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거나 다른 산업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10~15년 사이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성능 저하가 나타난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재사용(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활용)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재사용한 폐배터리를 재활용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국내에 전기자동차 362만대가 보급될 경우 폐배터리는 42만개(누적)가 발생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1월 26일 ‘주요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폐배터리 등에 대해 재활용 기준을 수립해 순환이용을 촉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