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물가지수에 9월 금리인하 기대 되살아나

2024-05-16 13:00:29 게재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세 3년 만에 최저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개월 만에 둔화세를 보였다. 특히 근원소비자물가 상승세는 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에 9월 금리인하 확률이 74%로 확대되는 등 기대감이 다시 살아났다. 주요 증시는 물론 국제유가, 금 등 글로벌 금융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물가, 올해 첫 상승세 완화 = 미 노동부는 15일(현지시간)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대비 0.1%p 감소이자, 올해 들어 처음 상승세가 완화한 수치다. 노동부는 주거비(전월 대비 0.4%)와 휘발유(전월 대비 2.8%) 가격 상승이 전월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에 70% 이상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고점을 찍은 뒤 둔화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6월부터는 3%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달에 상승세가 약간 꺾이며 첫 반전의 조짐을 보였다.

휘발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경우 이 같은 둔화 조짐이 한층 뚜렷했다. 미국의 4월 근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6%로 전월 대비 0.3%p 상승했다.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상승세다.

헤드라인과 근원 소비자물가가 모두 전년대비 완만하게 하락하며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완화시켜주었다. 이번에도 물가 상승을 이끈 부문은 에너지(전월비 1.1%)와 주거비(전월비 0.4%)였으며, 이 외에도 운송, 의료서비스 등 서비스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물가의 하방 경직성을 유도했다.

반면 에너지를 제외한 신차, 중고차 등 근원 상품물가는 4개월 연속 전년대비 하락했다.

소매판매도 상품 소비를 중심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4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0%로 3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0.4%)에 못 미쳤으며, 2~3월 소매판매도 각각 0.9%→0.7, 0.7%→0.6%로 하향 조정됐다.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주유소 판매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자동차, 가구 등 내구재 중심으로 상품 소비가 꺾이고 있다. 미시건대 소비자심리 급락에 이어 소매판매도 둔화되면서 높은 차입비용이 가계 소비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대출의 90일 이상 심각 연체 전환율이 급등하는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악성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에 대한 과도한 우려 표출을 자제하고 금리인상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 확대 = 이번 결과는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의 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은 미국 경제가 고물가에서 벗어났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인플레이션 위협의 끝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15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금리 선물이 거래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따르면, 연준이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 0.25%p)할 확률은 74%로 전일(66%) 대비 급등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대되며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349.89포인트(0.88%) 오른 3만9908.0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 대비 61.47포인트(1.17%) 상승한 5308.15에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231.21포인트(1.40%) 오른 1만6742.39에 거래를 마쳤다.3대 지수 모두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1%p 하락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엔비디아가 3.60% 급등했고, 메타(2.10%), 마이크로소프트(1.58%), 애플(1.19%), 구글(1.16%) 등 기술주 상승세가 뚜렷했다.

금리인하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기대감에 국제유가도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0.61달러(0.78%) 오른 배럴당 78.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7월물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0.37달러(0.45%) 오른 배럴당 82.75달러에 마감했다.

◆코스피 장중 연고점 경신 = 코스피가 16일 미국 증시가 되살아난 금리 인하 기대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영향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9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보다 35.22포인트(1.29%) 오른 2765.56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보다 39.93포인트(1.46%) 오른 2770.27로 출발한 뒤 한때 오름폭을 1.5%대까지 키웠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 전고점(2757.09)은 이미 넘겼다. 코스피는 지난 3월 26일 장중 2779.40까지 오른 뒤 2757.09로 마감해 연고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96억원, 397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이 447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76포인트(1.24%)오른 872.91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16포인트(1.18%) 오른 872.31로 출발한 뒤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66억원, 564억원 매수 우위를 보인 반면, 개인은 698억원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CPI라는 큰 고비를 잘 넘기며 미국 증시가 신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코스피도 이번 주 내 전고점은 별 탈 없이 돌파할 것”이라며 “지난 4월에 돌파하려다 실패했던 2800선을 언제 돌파할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3원 내린 1353.8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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