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안팎서 네타냐후 축출설

2024-02-06 13:00:01 게재

미 뉴욕타임스 4가지 시나리오 제기 … 전직 이스라엘 관료들, 공개 해임요구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왼쪽)이 5일 예루살렘에서 회담 중 악수하는 모습.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 1월 취임 후 첫 중동 방문으로 나흘간 중동 순방길에 올랐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스라엘 안팎에서 제거설까지 공공연히 등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자 보도에서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네타냐후 퇴진을 원하지만 간단치 않다”면서도 “조기선거를 강제할 수 있는 명확한 메커니즘은 없지만 총리를 축출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네타냐후 축출에 대한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연립정부의 붕괴다. 네탸냐후 총리는 120석의 크네세트(의회)에서 64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의원 5명만 탈당하면 과반이 깨지면서 연립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고 이 경우 3개월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굳이 연립정부를 무너뜨리지 않고도 네타냐후가 이끌고 있는 리쿠드당에서 현정부와 결별하고 후임자를 모색하는 방식이다. 건설적인 해임안을 통해 연립정부를 유지하면서도 네타냐후를 축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여론 조사에 따르면 리쿠드 지도부 역시 향후 선거에서 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절실한 상황이다. 네타냐후를 대체할 인물로는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 전 예루살렘 시장 니르 바르카트, 전 크네세트 의장 율리 에델스타인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모두가 리더가 되려할 뿐 뒤따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정치분석자 아브라모비치는 지적했다. ​

세 번째 시나리오는 야당이 연립정부를 떠나서 조기 선거를 치르는 방식이다. 존경받는 전직 장군인 간츠와 아이젠코트는 전시 통합 정부를 그만두고 조기 선거를 위한 운동을 주도할 수 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네타냐후 정부를 스스로 무너뜨릴 수는 없다. 새로운 선거를 치르더라도 3개월 동안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타냐후 총리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주는 셈이다. 그 사이 휴전협상이나 전쟁이 종식된다면 정세는 급변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정치권이 아니라 시민들의 힘으로 네타냐후를 끌어내리는 것. 일부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거의 9개월 가량 반네타냐후 시위가 이스라엘 전역에서 벌어졌다. 전쟁을 통해 일시적인 통합이 이뤄졌지만 네타냐후에 대한 불신은 여전한 셈이다.

더구나 인질 문제, 전쟁 종식 방법, 적대 행위가 중단된 후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로 이미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간츠와 아이젠코트가 연립정부를 떠나고 여기에 시민들 저항이 더해지면 네타냐후의 정치생명도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이런 측면에서 지난달 26일 CNN이 보도한 전직 이스라엘 국가안보 관리들 40명 이상이 이스라엘 대통령과 국회의장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네타냐후를 해임하라고 요구한 것은 상징적이다.

서한의 서명자에는 전직 이스라엘 국내외 안보국 국장 4명, 전직 이스라엘 방위군(IDF) 사령관 2명, 노벨상 수상자 3명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네타냐후가 10월 7일 (하마스) 공습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대신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이스라엘의 국가적 전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네탸냐후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스라엘 언론의 칼럼니스트 나훔 바르네아는 “이스라엘인의 80%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원하지만 현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고, 네타냐후는 여전히 활동적이며 자신이 죄가 있거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그가 이길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도(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정치생명이 위험한 네타냐후가 하마스와의 전쟁을 통해 내부 분열을 막고 지지를 유지하는 방편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집단 학살이라는 국제사회 비난도 외면하고,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까지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네탸냐후에게는 하마스와의 전쟁이 마지막 생명줄인 셈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