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 이틀째 폭풍우 피해

2024-02-06 13:00:01 게재

시간당 254mm 집중폭우 침수·정전·산사태 기후재앙

미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서부 캘리포니아에 강한 겨울 폭풍우가 덮쳐 침수와 정전, 산사태 등 피해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남부지역과 샌프란시스코 등 북부에는 4일(현지시간)과 5일 이틀간 시간당 101~254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1000만명 이상이 기후재앙을 겪고 있다.

LA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이르는 주요 도로들은 무릎에서 허리춤까지 차오른 수위로 마비됐고, 산사태로 진흙과 바위가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폐허를 방불케 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와 북부에 내린 폭우는 1927년 2월초 이래 100년만의 기록을 깬 것으로 나타났다.

LA 인근 산타바바라 공항이 전면 폐쇄됐고 샌버나디노 밸리 5번 고속도로는 5차선이 모두 강물 같은 물길에 잠겼다.

주요 도로에선 엔진 출력이 강력한 경트럭들만 간간히 물길을 가르며 운행할 뿐 승용차들이 그래도 물길에 갇히고 일부 주민들만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바다를 위험스럽게 건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부 지역에선 적어도 시속 80~160km의 허리케인급 폭풍이 불어 거목과 전신주들이 쓰러지면서 정전 피해가 속출했다.

미국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5일 오전 7시(서부시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총 52만4000여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전기가 끊긴 상태다.

샌타클라라 7만2000가구, 샌머테이오 5만3000가구, 새크라멘토 4만3000가구, 플레이서 3만6000가구, 소노마 3만9000가구, 몬터레이 2만9000가구, 콘트라코스타 2만6000가구 등 샌프란시스코 베이를 둘러싼 지역들의 정전 피해가 컸다.

캘리포니아 내 정전 가구는 전날 약 86만가구까지 늘었다가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LA 지방 기상청(NWS)은 이날 오전 단기 예보에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돌발 홍수가 계속 된다”면서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수분이 유입되고 대기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매우 많은 비가 계속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로스앤젤레스, 오렌지카운티, 산타바바라, 샌디에이고 등 남부 8개 카운티에 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 안전조치와 재난 피해 최소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는 4000만명이 살고 있는데 이번 폭풍우로 1000만명 이상이 재앙에 시달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한인 거주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전체 미주 한인 205만(미국 추산)~261만명(한국 추산) 가운데 57만 내지 80만명이 살고 있어 한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