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침체 … 글로벌 투자자들 출구전략 모색

2024-02-06 13:00:01 게재

새 투자분야 찾기 난망

기업 인수 합병에 관심

중국 증권시장이 3년째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량주 중심의 CSI 300 지수는 3년 연속 하락하면서 36개월 동안 35%나 급락해 세계 최악의 주식 시장으로 지난해를 마감했다. 중국 증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한때 중국에 매료됐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 전략 또는 출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5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주식투자조사 기관 Zero2IPO 그룹 데이터를 인용해 2023년 3분기까지 중국 시장에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의 자금 조달, 투자 및 투자회수 지표가 모두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신규 펀드 수는 5344개로 전년 대비 2.1% 줄고, 펀드 규모는 1조352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2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인 차이나 르네상스의 왕리싱은 “2023년 춘제 연휴 이후 모두가 시장의 회복과 랠리를 기대하며 투자에 나섰다”면서 “그러나 4월까지 기대했던 랠리가 실현되지 않으면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의 거래 의지가 꺾였고, 실망스러운 경제 보고서가 잇따르면서 부정적인 흐름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이념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에서 중국의 매력은 더욱 떨어졌다. 특히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의무적 비중 확대’에서 ‘신중’으로 전환했다. 2023년 1~3분기 신규 외화 펀드는 전년 동기 대비 45.2% 감소한 57개에 불과했으며, 모금액은 918억위안으로 59%나 줄었다.

Zero2IPO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사모펀드는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한 6510건의 투자 거래를 성사시켰고 투자금액은 31.8% 감소한 5070억위안에 그쳤다.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증권사 전자 스크린에 주가가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사모펀드 투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였던 모바일 인터넷 부문은 매력을 상실했다. 모바일 인터넷의 규모 효과와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통합된 시장의 특성으로 인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은 과거 기록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투자자들은 중국 인터넷 산업의 고성장 고수익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반면 자본을 끌어당길 만한 새로운 분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과 해외 제조업이 성장 분야인데 사모펀드보다는 주로 정부 지원 산업자본펀드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기업공개(IPO)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난해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가 승인한 IPO 건수는 전년보다 38% 줄어든 245건에 불과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73개 기업만이 상장해 총 463억달러를 모금했다. 이는 2022년 대비 신규 상장 건수는 19%, 자본 조달액은 56% 감소한 수치로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IPO가 녹록지 않자 투자자는 인수 합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차이나 르네상스 왕리싱은 “2015년 중국 르네상스는 메이투안과 뎬핑은 물론 디디와 쿠아이디의 합병을 추진했고, 이는 이후 IPO를 용이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M&A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기술 분야의 M&A 거래는 지난 2년간 급격히 감소했다. 거래 건수는 2022년 21%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1% 감소한 2791건을 기록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M&A 자문 회사 퍼스트레드 캐피탈의 보고서에 따르면 합병 가치는 2022년 30%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53% 급감한 2715억달러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올해 M&A 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타이허의 장커는 타이허에서 M&A 거래는 회사 전체 거래의 1/4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전에 합병이 전체 거래의 10% 미만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