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조가입 이례적 증가

2024-02-06 13:00:02 게재

수십년 감소추이 반전 … DW “경제위기에 뭉쳐”

독일에서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열차기관사 노조가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11개 공항 항공관제사들이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많은 지역교통 서비스도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수년간 감소세였던 독일 노조 조합원 수가 증가하고 있다. 4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서비스 노동자 190만명을 대표하는 베르디 노조는 지난해 19만3000명의 신규 조합원을 들여 4만명 순증가를 기록했다.

다른 노조들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파업을 주도한 기관사 노조 GDL은 2015년 이후 조합원 수가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노조인 식음료·숙박업 노조 NGG는 지난해 2만명 이상의 신규 조합원을 확보했다.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 이사 스테판 쾨르첼은 “지난해 8개 회원 조직 중 5개 조직이 조합원 수를 늘렸다”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독일 노조 가입률은 수십년 동안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다. 지난해가 이례적인 상황이다. 1990년대 중반 930만명에 달했던 DGB의 전체 조합원 수는 현재 560만명으로 감소했다. 주된 이유는 고령 노동자들이 서서히 은퇴하면서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생긴 것이다.

자연적 감소를 따라잡으려면 베르디 등 주요 노조가 매년 최소 15만명의 신규 조합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조합원 수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노조에 대한 젊은 세대 노동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베르디 노조에 따르면 신규 조합원 중 5만명 이상이 28세 미만이다.

DGB 쾨르첼 이사는 “전반적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총 조합원 수가 많지 않은 노조에서도 젊은층의 가입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DGB 산하 한스 뵈클러 재단 연구원 토르스텐 슐텐은 조합원 수 증가에 대해 “지난 수년 동안 역사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막대한 급여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며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했는데 노조가 아니라면 누가 이에 대한 보상을 보장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쾨르첼 이사도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노조의 역할이 부분적으로 작용했다”며 “노조가 정부·회사와 보상 패키지를 협상하면서 대량실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슐텐에 따르면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노동시장 인력 부족으로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노동자들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그는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숙련된 노동력 부족이 자동적으로 더 나은 근무조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경제연구소 소장 마르셀 프라츠셔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DW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180만개 일자리가 미충원 상태다. 노동자들이 점점 더 자신감을 갖고 ‘더 나은 근무조건과 더 많은 임금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독일에서 노조가 협상하는 단체교섭에 묶여 있는 일자리가 적다는 점이다. 독일 내 일자리의 50%만 적절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는 2022년 유럽연합(EU) 지침에서 정한 목표치 8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는 독일 일자리의 절반이 사실상 노조의 손이 닿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쾨르첼 이사는 “물론 단체협약이 없는 노동자에게는 노조가 접근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배달 라이더들도 회사에서 단체협약을 맺을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