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의 삼성 새로운 혁신 나선다

2024-02-06 00:00:00 게재

대규모 투자·인수합병 주목 …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5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로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 회장과 삼성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재판 대응 과정에서 잃어버린 초격차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항소 가능성 있지만 사법리스크 일단락 = 5일 1심 선고재판이 끝난 후 삼성은 특별한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변호인단이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6일 재계와 삼성에 따르면 삼성 내부 분위기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로 경영부담을 일정정도 덜었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삼성전자 등 10개 계열사를 37회 압수수색 했고, 임직원 300여명에 대해 860여차례 소환조사를 했다. 기소 이후 1심 선고까지 2년 10개월간 총 107회 재판이 열렸고, 이 가운데 이 회장은 96회 출석했다. 이 회장은 이 기간 해외출장 등 불가피한 경영일정의 경우 법원이 쉬는 명절기간을 이용하거나 재판부 불출석 허가서를 받아 참석했다. 정상적인 경영을 하기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기업간 경쟁은 총수와 임직원들이 전력투구를 해도 모자란 상황”이라며 “삼성이 최근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에서 경쟁력 약화 신호가 나오는 것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사법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재계도 이번 판결에 대해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의 경영 족쇄가 풀린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과 이제 막 회복세에 들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스마트폰 초격차 회복 시급 = 재계에선 이번 무죄 선고를 계기로 삼성이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경영혁신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의 분야에서 M&A 등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간 삼성은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인 2021년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조만간 대형 투자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삼성은 이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6개월 만인 2018년 8월에도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그중 13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약 75조원이다.

만약 검찰이 항소를 안 하고 이대로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가능성도 있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앞서 삼성전자 이사회는 2022년 10월 27일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을 의결하며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이 그동안 묵혀뒀던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평상시와 같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재판결과와 관련한 메시지도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의 시선과 달리 회사 분위기는 차분하다”며 “변화에 대한 의견이 있는 것은 알지만 조만간 특별한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