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재무투자자에 발목

2024-02-07 13:00:08 게재

하림 ‘투자이익 실현’ 요구

정부 ‘해운산업특성’ 강조

결국 매각협상 결렬

“하림의 답변을 기다렸지만 자정까지 연락이 없어 최종 결렬됐다.”

7일 0시 3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김홍국 하림회장은 정부 매각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HMM 인수의지를 보였지만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JKL파트너스의 문제에 대해선 매각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하림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약 4억주)를 6조4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하고 인수협상을 진행했다. 유상증자 3조원, 인수금융 2조원, 호반건설을 통해 7000억원, 재무적 투자자 JKL을 통해 7000억원 등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매각 측은 협상 과정에서 △HMM 자금유용 우려 △해운산업 경쟁력 저해 사안 △건전경영을 방해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정부 안에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JKL은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 HMM을 인수한 이후 지분을 매각, 투자자들이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인수 후 5년간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JKL은 예외를 적용해 달라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다. 5년을 3년으로 축소하고, 지분을 매각할 때는 외국에 팔 수 없게 하고, 하림에 우선 팔게 하는 등의 조건을 붙이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결렬되면서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주식 외에도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해운업황이 불확실하고 해운동맹 재편까지 겹쳐있는 상황에서 산은과 해진공이 단기간에 HMM 재매각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7일 “해운동맹 재편에 대응하는 것이 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맹을 체결할 때 선사들은 HMM의 주인이 누구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놓인 이후 7년여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HMM은 2020년 9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고, 2022년 매출 18조5868억원, 영업이익 9조94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7월 HMM에 대해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HMM 예비입찰에는 LX인터내셔널과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독일 하팍로이드 등이 참여했지만 적격 인수 후보 선정 과정에서 하팍로이드가 먼저 탈락했다.

본입찰에서는 하림과 동원그룹이 참여한 가운데, 하림이 높은 가격을 부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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