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배제 김성태 “암핵관” 직격 … 연쇄반발 나오나

2024-02-08 13:00:01 게재

“추악한 완장질” 이틀 연속 공세 … 여권 첫 파열음

‘비윤 중진’에 몰린 험지 요구 놓고도 형평성 논란

총선 2개월 앞두고 여권에서 첫 공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 배제’ 판정을 받은 김성태 전 의원이 공개 반발한 것. 김 전 의원은 당내 핵심 주류인 박성민·이철규 의원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암처럼 번진 핵관”으로 비난하는 등 공격 수위도 높았다. 당내에선 이를 평가절하하면서도 연쇄적인 반발로 이어질지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요구가 이어지면서 비윤 중진들만 험지 출마하라는 거냐는 형평성 논란, 험지로 분류된 지역에서 이미 뛰고 있던 기존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전 의원은 7일 국회 기자회견과 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틀 연속 국민의힘 공천 문제를 직격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4대 부적격 비리’ 해당자로 분류돼 서류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서울 강서을 예비후보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공천 부적격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김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 참담한 결과는 당과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암처럼 퍼져 있는 소위 ‘핵관(핵심 관계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핵관’으로 박성민 이철규 의원을 지목했다.

김 전 의원은 “박성민 의원을 비롯해 ‘대통령의 술친구’라는 핵관들은 김성태를 견제해 왔다”며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의 책임을 저에게 돌리고 자신들 입맛에 맞는 총선을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박 의원이 박대수 의원을 공천하려 공관위에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박 의원이 공관위 핵심 인사를 통해 ‘김성태를 컷오프시키고 박대수를 공천해야 한다’고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이 있다. 대통령 측근으로 공관위에 들어간 인사가 이를 반영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관위원 핵관이 이철규 의원이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철규 의원은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당 중진이셨는데 하실 말, 못 하실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아무말 대잔치를 하면 안된다”며 “김성태 한 사람을 생각해 기준을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의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공천이라는 게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어 김 전 의원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서도 “공천은 당이 공정하게 하고 있는데 나를 못 믿으시냐”고 반발을 일축했다.

김 전 의원의 반발은 이어졌다. 김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나는 원내대표 시절 드루킹 일당들과 댓글 조작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도둑질한 정권의 비열함을 밝혀내자고 원내부대표단이었던 당시 이 의원에게 가르쳤지, 그런 아픔들의 헌신과 희생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야비함을 가르치진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아무말 잔치라고 나불대는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 주변 권력에서 가장 호가호위하는 당사자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악한 완장질 했다고 솔직한 양심고백이나 하라”고 촉구했다.

당내에선 김 전 의원의 반발 자체보다는 이후 연쇄반응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공천 배제 기준을 이미 공개적으로 밝혔고 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부적격 판정자 중) 김 전 의원에 동조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이 사면복권되기는 했지만 딸 채용 청탁 등으로 이미 유죄가 확정된 전력을 볼 때 김 전 의원의 반발보다는 당의 공천 배제 방침에 힘이 실릴 것으로 봤다.

다만 최근 당이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중진들의 지역구 이동 요청과 관련해 형평성 논란, 해당 지역구에서 이미 뛰고 있던 예비후보들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선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병수 김태호 조해진 의원에게 당이 공식적으로 지역구 이동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남권 의원들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3선 이상 중진 중 일부에게만 지역구 이동 요청이 쏠린 것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도 따라왔다. 한 비주류 의원은 “당장 주호영 박대출 의원같은 사람에게는 왜 험지 출마 이야기가 없냐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의원의 이동 지역구로 지목된 경남 양산을에선 당원들이 공개 반발했다. 양산을 지역 당원들은 7일 기자회견에서 “반당원적, 반지역적 전략 공천을 거부한다”면서 “당원과 시민들의 요구는 안중에도 없고 허울 좋은 ‘전략공천’이라는 탈을 쓴 정치놀음”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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