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주택에 부과된 종합부동산세는 ‘부당’

2024-02-13 13:00:02 게재

법원 “주택기능 상실 … 투기목적 소유 아냐”

철거 주택은 투기목적에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주택개발사업을 하는 A사가 서울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부동산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20년 12월 서울 용산구 소재의 연립주택 5채를 사들여 엿새 뒤 용산구청에 해체허가서를 제출했다. A사는 이듬해 8월 건축물 해체 허가를 받았다.

세무당국은 과세기준일인 2021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A사가 3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며 같은해 11월 2021년 귀속 종부세 6억2700만원, 농어촌특별세 1억2500만원을 결정·고지했다. 이에 불복한 A사는 국세심사위원회 이의신청과 조세심판원 심판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2022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외형상 주택이라도 과세기준일 당시 이미 기존 임차인이 모두 퇴거하고 단전·단수돼 철거만을 앞두고 있어 주택기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또 과세기준일 이전 건물 해체 신청을 했지만 용산구청의 처리 지연으로 철거하지 못한 것인데 지연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당시 A사는 건물 임차인들과 2021년 1월 29일까지 건물에서 퇴거하는 내용의 명도합의서를 작성했고 실제로 임차인들이 모두 퇴거해 철거 완료 전까지 공실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종부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은 ‘주택건설사업을 위해 멸실시킬 목적으로 취득해 그 취득일부터 3년 이내 멸실시키는 주택’은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대상에서 제외되는 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철거할 예정으로 취득한 주택의 경우 부의 편중현상을 완화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투기적 목적의 주택 소유를 억제한다는 종부세의 입법 목적과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게 과세해 부동산가격안정 등 적극적인 목적을 추구한다는 종부세의 유도적·형성적 기능과도 거리가 멀다는 이유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을 양도받은 직후 해체 허가 신청을 했는데 여러 차례 심의와 신청서 제출 과정을 거쳐서야 2021년 8월에 허가가 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건물이 사용됐거나 사용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기에 건물 외관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 주택으로 이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사에 부과한 종부세와 농어촌특별세를 모두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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